엑스레이 찍다 쓰러진 뒤 뇌출혈 사망…1·2심 "의료진 책임 없다", 대법은?
엑스레이 찍다 쓰러진 뒤 뇌출혈 사망…1·2심 "의료진 책임 없다", 대법은?
1⋅2심 "병원, 사고 후 적절한 조치 취했다⋯주의 의무 위반 아냐"
대법은 다르게 봤다…"의료진 주의 의무 위반, 병원 측 책임"

뇌혈관 질환 등으로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다가 쓰러진 뒤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1·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병원 의료진들의 책임을 인정받았다. /셔터스톡
지난 2014년, 뇌혈관 질환 등으로 병원을 방문한 A씨. 그런데 흉부 엑스레이(X-ray) 촬영 도중 A씨가 갑자기 뒤로 쓰러지면서 실신했다. 이에 병원에선 정밀 검사를 위해 뇌 MRI 검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A씨가 수액 주삿바늘을 뽑는 등 협조하지 않아 검사를 하지 못 했다.
약 4시간 뒤 A씨에겐 약 10초 정도의 양쪽 팔다리 경련 증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은 하루가 지난 뒤에서야 뇌 CT 검사를 진행했고, 이때 비로소 급성 뇌출혈을 확인했다. A씨가 실신하고 19시간이 지난 뒤였다. 병원은 수술을 진행했지만, 결국 A씨는 숨을 거뒀다.
이 사건에서 병원은 A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 유족 측은 "있다"고 했지만, 병원 측은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A씨의 유족 측은 "A씨가 실신했을 때 뇌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반면 병원 측은 "A씨가 수액 바늘을 빼내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검사에 적합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당시 A씨에게 두통이나 구토 등 이상 소견도 없었다"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1⋅2심은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실신했을 때 머리를 다쳤다는 증거도 없고, A씨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MRI 검사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했으며,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병원 의료진들이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게 맞다"며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실신했을 때 머리에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병원 측에서 이를 살피지 않았다고 봤다. "만약 병원에서 사고 부위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뇌 CT 검사를 진행했다면 뇌출혈을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CT 검사에서 A씨의 두피 외상이 발견된 것도 근거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A씨가 실신했을 때 바닥이나 기계 등에 머리를 부딪히며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 나타난 경련증상은 통상적인 의료수준에 비춰 병원에서도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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