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하며 괴로웠다" 여행가방에 아이 가둬 죽게 한 계모에 25년 선고한 재판부의 고백
"검토하며 괴로웠다" 여행가방에 아이 가둬 죽게 한 계모에 25년 선고한 재판부의 고백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 계모 1심 징역 22년 → 2심 징역 25년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의 계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형량이 3년 늘어났다. 지난해 여름 계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 /연합뉴스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다."
"(판사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로웠다."
29일 대전고법 형사1부 이준명 부장판사는 법정에 선 피고인을 향해 징역 25년을 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몸보다 작은 가로 44cm·세로 60 cm·폭 24cm 갇힌 채 사망한 9살 아이의 죽음을 살피면서 "괴롭다"는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피고인은 동거남의 9살 아들 A군을 사망하게 한 계모. 계모의 범행은 끔찍했다. 7시간 가까이 작은 여행가방에 가두고, 그 안에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넣거나 그 위에 올라가 발로 뛰는 등 학대행위를 반복했다. 여행가방을 테이프로 밀봉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열린 1심에서는 계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당시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천안지원 채대원 부장판사는 "범행이 잔혹하다"면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며 울음을 참느라 수차례 말을 잇지 못했었다. 이어 "A군이 마지막까지 엄마라고 부르며 고통스러워했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해서 기를 꺾으려고 그랬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도 계모의 태도를 지적했다.
1심 재판부가 느꼈던 감정을 2심 재판부 역시 느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이준명 부장판사는 "재판부 구성원 역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로웠지만 형사법 대원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다.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오랜 시간 밀폐된 가방에 갇힌 채 웅크린 상태였다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탈수·탈진 등 증상이 올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군은 가방에 갇혀 여러 차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오히려 가방 위에 친자녀들과 함께 올라가 뛰는 등 학대행위로 A군을 죽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몸무게 23㎏이었던 A군은 도합 160㎏가량의 무게를 가방 속에서 견뎌야 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열릴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입양된 부모에게 장기간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은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피고인 역시 이번 사건 피고인과 마찬가지 방어전략을 펴고 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이 정도로 악랄하게 학대를 해놓고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태도가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도 유지가 된다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정인이 양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공교롭게도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양부모와 이번에 징역 25년이 선고된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의 계모는 같은 로펌을 찾아 변론을 맡겼다. 특히 이 로펌 소속 정 모 변호사는 두 사건 변호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은) 내 담당 사건은 아니고 (같은 로펌 소속) 다른 변호사 사건"이라며 "이름을 함께 올려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