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손' 잡았는데⋯법원은 2019년엔 '무죄', 2021년엔 '유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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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손' 잡았는데⋯법원은 2019년엔 '무죄', 2021년엔 '유죄'로 봤다

2021. 10. 07 16:27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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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동료가 남성 동료의 손 어루만진 사건에서 강제추행 유죄 인정돼

손이나 손목 부위는 추행 인정 않던 판례들 있었지만⋯이제는 달라지는 추세

'어느 부위'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졌다는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최근 직장 동료의 손을 만진 여성에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같은 법원에선 '손'을 만진 정도는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직장에서 "손이 참 곱다"며 40대 남성 동료의 손을 어루만진 50대 여성에 대해 '강제추행'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해당 여성은 회사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피해 남성의 오른손을 주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손등을 손으로 툭 친 적은 있지만, 강제추행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던 여성. 하지만 강제추행죄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송명철 판사는 해당 여성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면, 강제추행죄로 처벌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법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2년 전 수원지법에서 있었던 강제추행 사건은 '무죄'였었다

2년 전에도, 직장 선배가 부하 직원의 손을 잡고 주무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피고인 A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풀자며 부하 직원 B씨를 데리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부하 직원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는 데도, 멈추지 않고 그녀의 손을 주물렀다.


이후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손은 잡았지만, 격려의 의미였다"는 변명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찬 부장판사)는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 A씨의 행위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실제로 피해자 B씨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랬다.


지난해 7월 열린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히긴 했지만, 명백한 추행 행위에도 피해 부위가 '손'이라는 이유로 추행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은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추행 부위가 '손'으로 동일하고 "강제추행 의도는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변명도 똑같았지만 2019년의 수원지법과 2021년의 수원지법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 이러한 변화는 "법관이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당부와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조차 신체 부위별로 강제추행 유·무죄 따졌었는데⋯그래도 변화는 있었다

사실 과거 대법원조차 '성적 수치심(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위'를 기준으로 죄를 판단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이 내놓은 판결이 그랬다. 직장 상사가 여성 직원에게 업무를 시키며 사택으로 부른 뒤,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아끈 사건에서 "추행이 아니다"라고 본 것.


'손목'은 성적수치심(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특정 신체 부위와 강제추행죄 성립에 관한 법원의 판례 변화.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특정 신체 부위와 강제추행죄 성립에 관한 법원의 판례 변화.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하지만 최근에는 점차 어느 '신체 부위'를 추행당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추행의 '고의성'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에 더 초점을 두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법원은 연달아 원심에서 "강제추행이 아니다"라고 본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밤늦게 회식을 마치고 신입사원에게 "모텔에 가자"며 손목을 잡아끈 직장 상사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앞서 2심에서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손목"이라며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받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모텔에 가자며 손목을 잡아끌었을 때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아닌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5월 대법원은 신입사원의 머리카락과 어깨를 만지며 성적인 농담 등을 반복했던 상사에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 역시 1심과 2심에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었지만, 당시 재판부는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동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 행위로 평가할 만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머리카락 끝이나 어깨 끝만 만졌을 뿐이고, 이마저 성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 않다는 원심의 판단을 모두 반박한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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