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엄마의 목을 졸랐고, 아빠는 도구를 건넸다…법원 "패륜이지만 10년 보살핌은 인정"
아들은 엄마의 목을 졸랐고, 아빠는 도구를 건넸다…법원 "패륜이지만 10년 보살핌은 인정"
아들 "어머니가 요양원 가느니 죽여달라 해" 주장
법원 "의사결정 능력 없어" 일축

10년 넘게 병든 아내이자 어머니를 돌보던 아버지와 아들이 살해한 뒤 촉탁살인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형을 유지했다. /셔터스톡
10년이 넘는 긴 세월, 병든 어머니이자 아내를 곁에서 돌보던 아버지와 아들이 결국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간절한 부탁에 따른 '촉탁살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호)는 지난 2월 12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버지 A씨(86)와 아들 B씨(40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3년, B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어머니가 죽여달라 했다" vs 법원 "인지기능 떨어져 불가능"
이 비극은 202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 B씨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어머니에게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A씨는 범행 도구인 멀티탭을 아들에게 건네며 살행에 가담했다. 범행 직후 두 사람은 동반 자살을 시도하려 팔당댐과 잠실한강공원 주변을 배회했으나,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주된 변론은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느니 본인을 죽여달라'고 거듭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즉, 피해자의 동의하에 이뤄진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이므로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10년 넘는 간병과 경제적 파탄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피해자의 인지 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 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는 2023년부터 수두증과 알츠하이머 의심 진단을 받았고,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확정적 치매 상태를 보였다.
재판부는 "최근 기억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살해의 촉탁이나 승낙이라는 진지한 의사 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시적, 충동적 언행일 수는 있어도 자유 의사에 기한 진지한 부탁으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범행 직후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대화 내용에서도 두 사람이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정황보다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간병 고통은 알지만 정당화 안 돼"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이사 일정을 직접 챙기는 등 인지능력이 정상이었고, A씨 또한 범행 직후 구속을 우려하는 등 사물 변별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간병 고충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10년 이상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핀 점, 요양원 입소를 앞둔 좌절감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 다른 유족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살인은 인간의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며 "취약한 상태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패륜적 범죄"라고 질타했다.
결국 원심이 정한 형량(A씨 징역 3년, B씨 징역 7년)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