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배신, 사채업자 협박 문자로 돌아왔다
친구의 배신, 사채업자 협박 문자로 돌아왔다
연 끊은 친구가 내 번호 넘겼다? ‘개인정보보호법’ 처벌 될까

연락 끊은 친구가 사채업자에게 개인정보를 넘겨, A씨가 사채업자의 '국제발신' 문자로 협박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작년에 인연을 끊은 친구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채업자에게 넘겼다는 충격적인 문자를 받은 A씨. 불안감에 친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사적 관계에서 번호를 알려준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진짜 처벌의 열쇠는 친구의 ‘고의성’과 사채업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가담 여부’에 달려 있다.
"찝찝하고 불안하다"…1년 만에 날아온 사채업자의 각서
작년 6월, 심한 폭언을 끝으로 친구와 관계를 정리하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던 A씨. 끔찍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달 31일, '국제 발신'으로 온 문자 한 통이 그의 일상을 다시 흔들었다.
문자에는 친구가 35만 원을 빌리면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각서 사진과 함께, 지인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협박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은 분명 1년 전 연을 끊은 친구였다.
A씨는 "굳이 작년에 연락을 끊은 그 친구가 제 번호를 왜 준건지도 모르겠고, 사채업자가 제 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찝찝하고 불안합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친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벽…"사적 관계에선 처벌 어려워"
친구에 대한 법적 처벌을 원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고소 내용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로 기업이나 사업자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했을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지인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일반 개인이 사적인 관계에서 타인의 연락처를 제공한 경우에는 해당 법률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친구가 A씨의 번호를 사적 친분으로 알게 된 이상, 이를 사채업자에게 알려줬다는 행위만으로는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처벌의 열쇠는 '공모'…단순 전달 넘어선 '방조범' 되나
그렇다고 방법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친구의 행위가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사채업자의 불법 행위를 돕기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단순히 번호만 공유한 것을 넘어 채무 변제 압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다면, 친구는 사기 방조나 협박의 공범으로 의율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특히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개인정보가 넘어가 실제 협박이나 추심 등 2차 피해 우려가 현실화된 상황이므로, 가해자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친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표적은 '사채업자'…"명백한 중범죄"
오히려 이번 사건에서 더 명백한 처벌 대상은 A씨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사채업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채권추심법은 채무와 관련 없는 제3자에게 불이익을 암시하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는 "따라서 국제 발신으로 '지인들에게 불이익이 생긴다'며 각서 사진을 보낸 사채업자의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조될 수 있는 명백한 중범죄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결국 A씨는 친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협박 문자와 각서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해 사채업자를 채권추심법 위반 및 협박죄로 고소하는 것이 더 확실한 법적 대응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