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게’ 함정에 답했더니 “고소”…통매음 헌터의 역설
‘보여줄게’ 함정에 답했더니 “고소”…통매음 헌터의 역설
“합의금 안주면 고소” 되레 공갈죄 철퇴 맞을 수도…법원 판례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성적인 답변을 유도한 뒤 통매음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매음 헌터' 사기가 기승이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부위를 보여줄까?” 인스타그램 1:1 채팅에서 날아온 질문에 무심코 답했다가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 피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수십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 협박을 가하는 이른바 ‘통매음 헌터’에 걸려든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헌터의 행위가 공갈죄에 해당해 처벌될 수 있으며, 실제 유죄 판결까지 나온 사례도 있다.
“보여줄게” 스토리 클릭 한번에… 파놓은 함정 속으로
사건은 한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보여줘 보여줄게’라는 스토리에서 시작됐다. 호기심에 1대1 채팅을 시작한 A씨에게 상대방은 “어느 부위를 보여줄까?”라고 물었다.
A씨가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자,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 대화 내용을 캡처하며 돌변했다. 그는 “통매음으로 고소하겠다”며 “어제 오늘만 해도 2명 고소 진행 중”이라고 겁을 주며 합의금 수십만 원을 요구했다.
A씨가 업무 중이라 답이 늦어지자 “시간 안 주겠다”며 입금 시간을 정해 두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돈을 보내지 않은 A씨는 결국 “고소하겠습니다”라는 최후통첩을 받고 법률 자문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질문에 답한 것도 죄?…‘성적 욕망’ 없으면 통매음 무죄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통매음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한다.
성폭력처벌법상 통매음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핵심 구성요건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의 의미를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한다(대법원 2022도10688 판결 참조).
A씨의 경우 상대방이 먼저 유도한 질문에 답한 것에 불과해 ‘성적 욕망’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실제 고소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이나, 실제 고소가 된다면 유도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헌터가 사냥 당할 수도…고소 협박은 ‘공갈죄’
오히려 법의 칼날은 헌터를 향할 수 있다. 고소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오히려 상대방의 행위는 협박죄와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허위 고소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고, 시간 제한을 두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라고 정확히 짚었다.
실제 법원은 통매음 헌터 조직에 대해 공갈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랜덤채팅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합의금을 뜯어낸 일당에게 공갈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5고합52 판결 참조).
통매음 헌터 대처법 “무대응이 상책, 증거는 필수”
만약 통매음 헌터의 표적이 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고 강조한다. 합의금을 보내는 순간 범죄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추가적인 협박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법무법인 엘에프(LF) 이경민 변호사는 “상대방의 요구에 응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협박이 계속될 경우 상대방을 공갈죄로 고소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협박이 담긴 대화 내용 전체를 캡처해 증거로 보존하는 것이다. 이후 추가적인 대화는 일절 피하고, 협박이 계속된다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공갈죄로 역고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