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이혼, 아버지의 재산 절반 요구에 딸의 절규
23년 만의 이혼, 아버지의 재산 절반 요구에 딸의 절규
전문가들 "협의이혼 멈추고 재판으로… 아버지 유책사유 입증이 관건"

23년간 무책임했던 아버지가 이혼 시 재산 절반을 요구하며 집을 가압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아빠가 엄마 명의의 우리 집에 가압류를 걸었어요. 재산 절반을 달라는데, 단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23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순간, 만 21세 딸은 절규했다. 평생 가족을 등졌던 아버지가 2억 2천만 원짜리 아파트의 절반을 요구하며 법원의 가압류(재산을 임시로 동결하는 조치) 통지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딸의 기억 속 아버지는 폭력과 음주, 경제적 무책임의 상징이었다. 어머니가 외동딸을 보며 가정을 지키는 동안, 아버지는 사업 실패와 사기 피해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가장의 의무를 저버렸다.
집 대출금 5천만 원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는 어머니와 갓 성인이 된 딸의 몫이었다. 아버지가 최근 2~3년간 월 170만 원을 보탠 게 전부였지만, 이혼 얘기가 나오자마자 그마저도 끊겼다. 과거 초등학생 딸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전력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23년 혼인, '기여도 0%'는 어렵다
가장 큰 쟁점은 23년간 경제적 기여가 거의 없던 아버지에게 재산의 50%를 줘야 하는지다. 법률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혼인 기간이 길어 재산분할 비율이 '0%'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순례 변호사는 "법적으로 아버지의 기여도가 0%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고, 조현정 변호사 역시 "20년이 넘는 혼인 기간 자체가 일정한 기여로 인정될 수 있어 재산분할이 0원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법원은 단순히 돈을 벌어온 것뿐만 아니라, 혼인 관계를 유지한 기간 자체도 재산 형성에 대한 무형의 기여로 보기 때문이다.
폭력·무책임 입증하면 '마이너스 기여' 인정 가능
그렇다면 방패는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아버지의 '기여도 없음'을 넘어, 오히려 가정 경제에 해를 끼친 '마이너스 기여'를 입증하는 역공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선종 변호사는 "음주와 폭력, 경제적 무책임으로 가정에 피해를 준 사실을 소명해야 재산 분할 비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홀로 대출금을 갚고 재산을 형성했음을 증명할 급여명세서, 대출 상환 기록 등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딸과 어머니가 확보한 알코올 중독 진단서, 과거 음주운전 관련 경찰 진술서 등은 아버지의 잘못과 기여도 부재를 동시에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가압류는 '임시 동결', 소송으로 풀어야
느닷없이 날아든 가압류 통지서는 가족의 숨통을 조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압류 자체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정혜성 변호사는 "가압류는 재산분할 소송이 끝나기 전 명의자인 어머니가 집을 팔아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버지의 권리를 미리 찜해두는 절차에 불과하다.
노경희 변호사는 "결국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어야만 가압류 집행을 풀 수 있다"며 본안 소송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압류는 이혼 재판의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종속적인 절차인 셈이다.
최선의 방패, '재판상 이혼'과 '위자료 청구'
전문가들의 해법은 만장일치로 '재판상 이혼'으로의 전환이었다. 정복연 변호사는 "협의이혼을 멈추고 이혼 소송을 제기해야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한 재판부에서 판단 받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버지의 폭력과 음주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하는 전략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유환 변호사는 "아버지의 폭력과 주취 등이 이혼의 원인이라면 어머니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면 인정 확률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재산분할로 일부 금액을 내주게 되더라도, 위자료를 받아 손실을 상쇄하는 실질적인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법의 힘을 빌려 싸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상 이혼으로 전환하고, 어머니의 기여도와 아버지의 파탄 책임을 철저히 입증하며, 위자료 청구로 맞서는 것. 고통스러운 법정 다툼이 되겠지만, 23년간의 눈물을 닦고 온전한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어머니와 딸이 반드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