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훔쳐보는 이웃, 4번이나 찍혔다…가져가는 장면 없는데 절도범으로 잡을 수 있나?
택배 훔쳐보는 이웃, 4번이나 찍혔다…가져가는 장면 없는데 절도범으로 잡을 수 있나?
택배 2번, 물 60병 도난 후 카메라 설치…송장 만지고 확인하는 모습만 4차례 포착

연이은 택배 도난에 주민이 설치한 카메라에 이웃이 택배 송장을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문 앞에 둔 택배가 연달아 사라지자 A씨는 직접 카메라를 설치했다.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에는 한 이웃이 A씨의 택배 상자를 만지고 송장을 확인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미 택배 2개와 물 60병을 도난당한 상황. 하지만 새로 확보한 영상에는 이웃이 물건을 가져가는 결정적인 장면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영상만으로 이웃을 절도범으로 특정하고 경찰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택배 2번, 물 60병 사라진 뒤…카메라에 딱 걸린 이웃의 '수상한 행동'
A씨는 최근 아파트 복도에 둔 택배 2개를 도난당했다. 곧이어 문 앞에 둔 물 60병도 사라졌다. A씨의 아파트는 복도에는 CCTV가 없고 엘리베이터와 1층에만 설치된 상황이었다.
A씨는 경찰에 1차 도난 사실을 신고한 뒤, 문 앞에 개인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러자 한 이웃의 수상한 행동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카메라 설치 다음 날부터 나흘간, 같은 이웃이 A씨의 택배를 직접 만지고 송장을 확인하는 모습이 총 4차례나 촬영된 것이다. 다만, 이웃이 택배를 열어 보거나 가져가는 장면까지 찍히지는 않았다.
"가져가는 장면 없어도 유력한 정황증거"…수사 개시 충분
변호사들은 비록 절도 행위가 직접 찍히지 않았더라도, 확보된 영상은 경찰 수사를 개시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전 도난 사건과 연관지을 수 있는 유력한 '정황증거'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타인의 문 앞까지 와서 지속적으로 택배를 만지고 송장을 확인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는, 수사기관이 해당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개시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 역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도난 당일의 1층 및 엘리베이터 CCTV 동선과 새롭게 확보한 영상을 종합해 제출하면 경찰도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단순 분실이 아니라 동일인에 의한 반복적인 절도 정황으로 보인다"며 "상습성이나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송장 확인' 행위 자체도 절도 미수나 주거침입 될 수 있어
나아가 일부 변호사들은 택배를 만지고 송장을 확인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별도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절도미수나 주거침입죄가 거론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물건을 직접 들고 가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타인의 집 문 앞까지 찾아와 택배 상자를 만지고 송장을 훔쳐보는 행위는 절도의 착수(절도미수)에 해당하거나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도 "택배 상자를 만지고 송장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절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거나, 타인의 재물을 몰래 가져가려 한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형법상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변호사들 "기존 사건에 증거 제출하고, 건물 CCTV부터 확보해야"
변호사들은 A씨가 지금 해야 할 일로 증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경찰에 제출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을 꼽았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기존 신고 사건에 추가 피해와 영상을 묶어 제출하는 것이 좋다"며 "날짜별로 도난 내역과 영상 목록을 정리하고, 각 영상의 원본 파일과 캡처본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건물 공용 CCTV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천공동법률사무소 박영빈 변호사는 "공용부 영상은 보관기간이 지나면 남지 않으므로, 도난 사건 전후 시간대 엘리베이터·1층 영상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담당 수사관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직접 찾아가 추궁하거나 절도범이라고 주변에 알리는 행동은 피하고, 확보한 자료를 담당 수사관에게 추가 제출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