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술값 안 냈다고요?” 술자리 다음 날 ‘무전취식’ 피의자 됐다
“그날 술값 안 냈다고요?” 술자리 다음 날 ‘무전취식’ 피의자 됐다
술자리 후 기억은 흐릿하고, 카드 결제는 없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A씨는 크게 당황했다. '무전취식'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였다.
A씨는 지난 6월 6일,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떠올렸다. 1차는 분명히 카드로 결제했지만, 2차 식사 자리에 대한 카드 사용 내역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기억은 희미했지만, 정황상 결제를 깜빡하고 가게를 나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수사관은 당장 출석해 진술하라고 재촉했지만, A씨는 고의가 아닌 실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변호사들은 경찰이 '참고인 조사'라고 안내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이라도 수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실하게 대응하고, 불리한 발언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구체화되면 참고인은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 첫 경찰 조사의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는 이유다.
'실수'와 '고의'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무전취식 사건의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고의성'이다.
법무법인 태신의 성현상 변호사는 "처음부터 돈을 낼 생각이나 능력 없이 음식을 주문했다는 '고의'가 입증돼야 범죄가 성립한다"며, "A씨처럼 평소 재력 등에 비추어 굳이 무전취식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실수로 결제했다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핵심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사 과정에서는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 확보 방법에 대해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는 "조사 전 당일 동선과 카드 결제 내역, 함께 있던 사람의 진술 등을 최대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혐의' 받으려면 지금 당장 할 일은?
변호사들이 가장 먼저 권하는 행동은 '즉시 변제'다. 김전수 변호사는 "경찰 조사 전에 미리 해당 식당에 연락해 미결제된 금액을 바로 지급하고 사과한 후, 결제 완료 내역과 사과한 사실을 조사 과정에서 제시하면 고의성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가 회복되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처벌 필요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최근 무단취식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경향으로 피의자가 실수라고 주장해도 경찰이 미필적 고의를 추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무혐의를 주장하려면 첫 경찰조사부터 변호사의 법리적 조력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경고했다.
A씨의 사례는 술자리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누구에게나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고 피해를 신속히 회복하는 것이 '무전취식'이라는 예기치 않은 혐의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