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고소했다" 협박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를 알리는 말입니다
"당신 고소했다" 협박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를 알리는 말입니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고소' 결심⋯"당신 고소했다" 글 올리려고 하는데
협박이 되지 않을까 마음에 걸려⋯변호사들 "협박 아니다, '고소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

SNS 악성 댓글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한 A씨는 결심을 하나 했다. 가장 심한 댓글을 달았던 B씨에게 '법의 맛'을 보여주기로.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SNS 악성 댓글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다. 자신 계정에 달린 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똑같이 악성 댓글로 대응할까 싶었다. 정도가 지나친 댓글이 달린 날이면 작성자를 찾아가 때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A씨는 결심을 하나 했다. 가장 심한 댓글을 달았던 B씨에게 '법의 맛'을 보여주기로.
B씨를 고소하면, 수사를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겁을 먹고 자신에게 사과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도 악성 댓글을 다는 걸 주저하게 될 거로 생각한 A씨. 고민 끝에 SNS에 "B씨를 고소했다"는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글이 B씨와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기분이 든다. A씨는 이런 행동이 협박죄가 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전달해 공포심을 느끼게 하면 성립한다. 이런 점에서 A씨가 "B씨를 고소했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당신도 악성 댓글을 달면 고소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 건 얼핏 협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고소 사실을 전달하는 내용이 협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악플러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알린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을 고소한 사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며, A씨의 글은 '고소 사실'을 알리는 것에 그친다.
실제로도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 표시가 협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여관을 당장 명도해 주던가 명도소송 비용을 내놓으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에게 속은 것이니 고소하여 당장 구속시키겠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648 판결)
당시 이 발언은 전(前) 건물주가 빚을 진 채로 도주하자 채권자들이 해당 건물을 점거해 버티던 상황에서, 매수인(새로 건물을 구입한 사람)이 매도인(건물을 판 사람) 측에 한 말이다. 이 매도인 측은 "협박당했으니 협박죄로 처벌해달라"고 했지만 기각됐다.
매수인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라 할 것을 다소 위협적인 말을 했다고 해서 협박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이런 판례에 비추어볼 때, "계속 악성 댓글을 달면 고소하겠다"고 알리려는 A씨의 행동이 협박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