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로 고기 아닌 국고 14억 낚았다"... 70대 어구업자 등 12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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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로 고기 아닌 국고 14억 낚았다"... 70대 어구업자 등 12명 적발

2025. 11. 25 14:3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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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 자금 지원의 '검은 구멍'

서류 한 장으로 수십 억 혈세 증발시킨 기막힌 수법

범행에 사용한 그물 / 연합뉴스

전북 군산의 한 항구,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쓰여야 할 어구들이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기를 잡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 보조금을 낚아 올리는 미끼로 전락한 것이다.


어구 판매업자 A씨(70대)와 귀어 어민 B씨 등 12명은 바다가 아닌 서류 위에서 그물을 던졌다.


이들은 실제 어업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는 척하며 정부 지원금을 타냈고, 그 금액은 무려 14억 7천만 원에 달했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이들의 치밀한 '유령 거래' 수법과, 이들이 맞이하게 될 무거운 법적 책임을 분석했다.


새 그물 샀다더니 다시 반납?… 돌고 도는 '보조금 깡'의 실체

사건의 구조는 마치 잘 짜인 각본과 같았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어구 판매업자 A씨는 갓 귀어한 어민들에게 접근했다. 정부가 귀어 창업 어업인에게 어구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저금리(1.5%)로 대출까지 해주는 '어구 구매 지원 사업'이 타깃이었다.


수법은 간단하면서도 대담했다. A씨는 어민들에게 그물을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서류상으로는 분명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를 근거로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납품된 그물은 바다로 나가는 대신, 다시 A씨의 창고로 돌아왔다.


A씨는 회수한 그물을 또 다른 귀어인 C씨에게 판매한 것처럼 다시 서류를 꾸몄다.


하나의 그물이 여러 명의 어민을 거치며 수차례 판매된 것으로 둔갑했고, 그때마다 눈먼 보조금이 이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지급된 보조금은 A씨와 어민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이들이 노린 것은 현장 실사의 부재였다.


당국이 서류상 구매 내역만 확인할 뿐, 해당 어구가 실제로 바다에서 조업에 사용되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해경의 수사망에 걸려든 이들은 꼬리가 잡혔고, 주범 A씨는 구속 상태로, 가담한 어민 11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단순 사기가 아니다… '특경법'이 적용되는 결정적 이유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기 범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적 시각에서 볼 때, 이 사건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핵심은 바로 '편취 금액'에 있다.


일반적인 형법상 사기죄(제347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씨 일당이 가로챈 금액은 총 14억 7천여만 원이다.


특경법 제3조에 따르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벌금형만으로 끝날 수 있는 일반 사기와 달리, 특경법 위반은 징역형을 원칙으로 하는 중범죄다. 즉, 법원이 작량감경(정상참작)을 하지 않는 이상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사 판례로 본 예상 형량… "집행유예 쉽지 않을 것"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주범 A씨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한 보조금 편취 사건의 판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어린이집 원장들이 보육교사를 허위 등록해 6억~8억 원대 보조금을 편취한 사건(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9고합71)에서, 법원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이 편취액의 70%를 공탁(변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이번 '그물 사건'의 경우 편취액이 14억 원을 넘어 앞선 판례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게다가 범행 기간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판매업자가 다수의 어민을 규합해 조직적으로 국가 재정을 갉아먹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A씨의 경우 ▲범행을 주도한 점 ▲피해 금액이 고액인 점 ▲보조금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린 점 등이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피해 금액 전액을 변제하지 못한다면 징역 3년에서 4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함께 기소된 어민들 역시 가담 정도와 분배 받은 금액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거액의 벌금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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