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구현" 외친 밀양 신상공개, 법원은 왜 '참작'과 '불법' 사이에서 선을 그었나
"정의 구현" 외친 밀양 신상공개, 법원은 왜 '참작'과 '불법' 사이에서 선을 그었나
'사회적 경각심' 높인 동기는 양형에 고려될 수 있지만
사적 제재는 법치주의 훼손
법률 전문가들이 본 '공익'과 '위법'의 경계

유튜브 전투토끼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해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유튜버와 공무원 부부. 이들의 행동이 "국가가 외면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공익적 동기'가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수는 있지만, 결코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공무원 아내의 정보 조회, 유튜버 남편의 폭로… '정의 구현'의 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충북 괴산군 소속 7급 공무원 A씨는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했다. 이후 이 정보를 남편이자 유튜버인 '전투토끼'에게 넘겼고, 전투토끼는 이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들의 폭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와 피해자 보호 미흡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공무원직을 잃었다.
법원, '동기는 참작' 하지만 '수단은 불법'… 정당행위 될 수 없는 이유
이들의 행위가 '공익적 목적'을 가졌음에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8도13696 판결).
A씨와 전투토끼의 경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제고'라는 동기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권한을 남용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수단의 불법성'이 명백하다. 또한 언론 제보, 국민 청원, 입법 촉구 등 다른 합법적인 수단이 존재했음에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보충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결국 가해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법치주의 원칙이라는 침해된 이익이 '사회적 경각심 제고'라는 보호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된 것이다.
'사회적 경각심'의 역설… 양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는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 단계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형법 제51조).
법원은 범행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의 무게를 정한다. A씨와 전투토끼가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했다는 동기는 재판부가 형량을 정할 때 유리한 요소로 참작할 수 있다. 실제로 A씨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동기가 형량을 대폭 감경하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공무원의 중대한 직무상 의무 위반, 사적 제재를 통한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불리한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외면한 정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공감대가 형성되더라도, 사적 제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언론, 시민단체, 입법기관 등을 통한 합법적이고 공적인 절차를 통하는 것이며, 이번 사건은 그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