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성폭력' 가해자 신상공개한 남성, 1심 징역 8개월⋯사적제재는 왜 유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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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집단성폭력' 가해자 신상공개한 남성, 1심 징역 8개월⋯사적제재는 왜 유죄일까

2025. 10. 15 15:4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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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판례도 일관된 입장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 신상을 퍼뜨린 남성이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셔터스톡

20년 전 대한민국을 분노에 들끓게 했던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이 사건의 가해자들 신상을 폭로해 '정의 구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 남성이, 가해자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5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공개한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이름, 사진, 직장 등 신상정보를 재가공해 SNS에 퍼뜨린 혐의를 받았다. 국민적 공분을 대신 표출했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A씨는 재판에서 "가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수사기관에서 "가해자들에게 벌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게시했다"고 직접 진술한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관련자들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사적 제재'를 할 목적으로 영상을 게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현행법에서 허용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 "개인의 복수는 또 다른 범죄일 뿐"

법원은 왜 A씨의 행동을 '공익'이 아닌 '범죄'로 판단했을까. 이는 '사적 제재'를 엄격히 금지하는 우리 법체계의 대원칙 때문이다.


아무리 그 동기가 정의롭다고 느껴지더라도, 국가의 법 절차를 통하지 않은 개인의 심판 행위, 즉 자력구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법치국가에서는 국가가 사법권을 독점하며, 개인이 스스로 법을 집행하려 할 때 발생하는 혼란과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판결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징역 3년 6개월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공언했던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법률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드파더스' 운영진, 유죄 판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던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진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려는 '망신 효과' 역시 법이 정하지 않은 사실상의 처벌, 즉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국가가 법률로 정한 신상공개 제도조차 그 부작용을 우려해 매우 신중하게 적용한다. 하물며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는 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고한 피해자 낳을 수 있어 죄책 가볍지 않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의 죄책을 무겁게 본 또 다른 이유는 무고한 피해자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밀양 성폭행 사건 가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이 있는데도 정보를 공개했다"고 질타했다.


개인의 정의감에 기댄 폭로는 사실 확인 과정이 미흡해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할 위험이 크다. 한번 온라인상에 낙인이 찍히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법원이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엄격하게 따지는 이유다.


재판부는 "사적 제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 사법 체계를 해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는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이 법원의 판결을 대체하게 되면, 결국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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