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해 줬더니 뒤통수…처벌불원서가 '족쇄'가 됐을 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선처해 줬더니 뒤통수…처벌불원서가 '족쇄'가 됐을 때

2025. 11. 13 12:1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정보호사건' 통지에 절망한 피해자, '별도 고소'로 전세 역전 가능

가정폭력 가해자를 용서했던 피해자가 뒤늦게 엄벌을 원할 경우에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용서의 대가는 '가정보호사건'이라는 차가운 통지서였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선처해달라며 처벌불원서를 써준 피해자 A씨. 형사처벌을 기대했던 그녀 앞에 놓인 것은 처벌이 아닌 '가해자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가정법원의 보호처분 절차였다.


가해자의 태도가 돌변해 뒤늦게 엄벌을 원하지만, 이미 제출한 처벌불원서는 A씨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처벌 아닌 '보호'?…피해자 두 번 울리는 가정보호사건


A씨의 사건이 넘어간 '가정보호사건'은 일반 형사재판과 성격부터 다르다. 가해자 처벌보다 가정의 평화 회복과 가해자의 잘못된 성품과 행동을 바로잡는 것을 우선하는 제도다.


검사가 사건 경위나 가해자 태도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보낸다. A씨가 원하는 '강력한 처벌'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의미다.


A씨는 "이제 와서 처벌을 원한다고 하면 가장 강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느냐"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내 목소리 낼 기회조차 없나…비공개 재판의 벽


A씨는 법정에서만큼은 가해자의 돌변한 태도와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토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정보호사건 재판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며, 판사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피해자를 부르지 않은 채 서류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보호재판에서 피해자를 출석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A씨의 목소리가 법정에 닿지 못하고 그대로 묻힐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번 쓴 처벌불원서, 되돌릴 수 없는 '낙인' 될까


A씨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제출한 처벌불원서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심광우 변호사는 "이미 처벌불원을 내셨다면 그건 철회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번 표시한 처벌불원 의사를 법적으로 '없던 일'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엄벌탄원서' 제출을 조언했다. 처벌을 원치 않던 마음이 왜 바뀌었는지, 용서 이후 가해자의 태도가 어떻게 돌변했는지 구체적으로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눈물의 탄원서'보다 강력한 한 방…'새로운 가해'를 고소하라


그렇다면 A씨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처벌불원서 제출 이후 발생한 새로운 가해행위를 별도로 고소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결정적이다. '새로운 고소'는 기존 가정보호사건과는 완전히 별개의 형사사건을 새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과 검찰은 이를 통해 '가해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향한 공격성이 여전하다'는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가령, 처벌불원서를 써준 뒤 "꼴좋다"는 식의 조롱 문자를 보냈거나, "한 번만 더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경우, 또는 집 주변을 배회하며 공포심을 유발한 행위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눈물로 쓴 탄원서가 '감정'의 영역이라면, 새로운 고소는 '추가 범죄'라는 객관적 사실로 법원을 압박하는 가장 실효적인 수단이다.


이제 공은 다시 A씨에게 넘어왔다. 그녀의 용서는 배신당했지만, 법은 그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외면하지 않는다. A씨가 용서 이후 겪은 추가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 족쇄를 끊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