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4분 뒤 "취소"…급여일 물어봤다가 잘린 1억 연봉자, 법원 "부당해고"
"합격" 4분 뒤 "취소"…급여일 물어봤다가 잘린 1억 연봉자, 법원 "부당해고"
"급여일이 언제죠?" 물었을 뿐인데
1분 뒤 날아온 채용 취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합격을 통보합니다. 연봉은 1억 2000만 원입니다."
합격의 기쁨을 누린 지 불과 4분 뒤, 날아온 메시지는 "채용을 취소하겠습니다"였다. 법원은 이 황당한 4분 만의 변심을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부당해고로 규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진현섭)는 핀테크·인터넷 플랫폼 기업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채용취소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타겠습니다, 급여일은요?" 1분 뒤 돌아온 '채용 취소'
사건의 전말은 202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구직 사이트에 글로벌 전략/사업개발 담당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냈고, 지원자 B씨는 서류 전형과 두 차례의 면접을 거쳤다.
2024년 6월 4일 오전 11시 56분, A사 대표이사는 B씨에게 문자메시지로 합격 소식과 함께 '연봉 1억 2000만 원, 내주 월요일 출근'을 통보했다.
문제는 그 직후 이어진 짧은 문답에서 발생했다.
B씨가 "주차 등록이 가능할런지요"라며 차량등록증을 첨부하자, 대표이사는 "만차여서 주차가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B씨가 "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급여일이 언제일까요?"라고 묻자, 대표이사는 불과 1분 뒤에 "채용을 취소하겠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합격 통보부터 취소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이었다.

회사 측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이라 근로기준법 적용 안 돼" 항변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B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A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세 가지 논리를 폈다.
- 회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 B씨가 고액 연봉을 받기로 한 만큼 종속적 관계의 근로자가 아니다.
- 일본 법인의 전문경영인으로 채용하려다 착오가 생겨 근로계약을 취소한 것뿐이다.
법원 "문자 합격 통보도 채용 내정…사유 없는 서면 미통지는 위법"
하지만 법원은 A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A사와 자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적·사회적 활동 단위라고 판단했다.
두 회사가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기업 이미지(CI)가 매우 유사하며, A사 소속 직원 16명이 자회사로 소속을 옮겨 근무하는 등 인적·물적 조직이 밀접하게 얽혀 있어 두 회사의 직원을 합치면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통상 모집 공고는 청약의 유인, 지원은 청약, 합격 통지는 승낙의 의사표시"라며 "합격을 통보한 때 이미 두 사람 사이에 근로계약(채용내정)이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고액 연봉이라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착오 취소 주장에 대해서도 "설령 착오가 있었더라도 구인 공고나 면접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회사의 중대한 과실"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 통지 의무 위반이었다.
재판부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며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 문자메시지만 발송한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