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갱신됐는데…월세 14% 올리거나 나가라는 집주인, 따라야 하나?
묵시적 갱신됐는데…월세 14% 올리거나 나가라는 집주인, 따라야 하나?
법적으론 2년 더 살 권리 확보
변호사들 “이사 가겠다는 답이 가장 위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세입자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14% 올려주지 않으면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법적으로는 계속 살 권리가 있지만, 막무가내로 퇴거를 압박하는 집주인 때문에 A씨는 막막하고 두려운 상황에 놓였다.
법으로 보장된 계약 기간을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을까?
계약 만료 2개월 전 통보 없었다면 '묵시적 갱신'
A씨의 계약 만료일은 오는 8월 29일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세입자에게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 변경을 통지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에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면,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차 만료일인 8월 29일의 2개월 전까지 상호 간에 조건 변경이나 갱신 거절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었으므로 법적으로 묵시적 갱신이 온전히 성립된 상태”라며 “임대차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집주인에게 '묵시적 갱신이 됐으니 기존 조건으로 거주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낸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한 것이다.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 묵시적 갱신 후엔 효력 없어
집주인은 A씨가 월세 인상을 거부하자, 자신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퇴거를 요구했다. 집주인의 실거주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만, 이미 성립된 묵시적 갱신을 뒤집을 수는 없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임대인이 주장하는 자가 사용(실거주)은 계약갱신요구권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만, 이는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는 시점에 주장해야 하며 묵시적 갱신이 이미 성립된 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집주인이 요구한 14%의 월세 인상 역시 법정 상한선인 5%를 초과한 것이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
압박에 못 이겨 “이사 갈게요” 답하는 순간 불리해져
변호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주인 압박에 못 이겨 이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섣부른 답변이 추후 '합의 해지'로 해석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집주인의 막무가내식 퇴거 요구에 휘말려 스스로 이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감정적인 대응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통화로 감정싸움을 이어가기보다 문자로만 ’묵시적 갱신 되었으니 기존 조건으로 거주하겠다‘는 취지를 남기시면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부당한 퇴거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기존 계약 조건대로 월세를 제때 입금하면서 임차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주인과의 대화 내용은 모두 증거로 남겨두고, 압박이 계속된다면 내용증명 발송이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