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악플 '새끼' 한 마디, 위자료 수백만 원? 변호사 14인의 답
연예인 악플 '새끼' 한 마디, 위자료 수백만 원? 변호사 14인의 답
형사 처벌 넘어 민사 소송까지… '업무 손실' 주장, 법원은 얼마나 인정할까. 악플러 A씨의 사연을 통해 본 손해배상액의 현실적 기준을 법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A씨가 한 연예인읗 향해 '새끼'라는 표현을 쓴 댓글을 달았다가 거액의 민사소송을 예고 받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연예인에게 '새끼'라고 악플을 달았다가 고소당한 A씨, 과연 얼마를 물어줘야 할까.
평범한 직장인 A씨는 최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무심코 온라인 기사에 단 댓글 하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 연예인을 향해 "새끼"라는 표현을 썼다가 '모욕죄'로 고소당한 것이다.
경찰 조사는 반성하는 태도로 마쳤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고소인 측이 합의는 없으며, 형사 처벌과 별개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A씨의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의 댓글 때문에 광고나 작품 계약이 무산됐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100만원? 300만원? 변호사들이 본 '악플 위자료'의 시세"
A씨의 사연에 대해 14명의 변호사는 대체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우려하는 '수천만 원대 배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적절한 답변서를 제출하면 민사 손해배상액은 100만 원 이하로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위가 높아도 2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 역시 "통상적인 악플 사건의 위자료는 100~300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민사상 위자료 액수가 형사 처벌 수위를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보통 형사 벌금의 1~1.5배 수준에서 위자료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모욕죄 초범의 경우 통상 50만~20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자료 역시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A씨가 사용한 '새끼'라는 표현과 반성하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일반적인 기준을 크게 벗어나는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내 악플 때문에 광고 잘렸다? '인과관계'라는 거대한 벽"
A씨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업무 손실' 주장은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질까. 변호사들은 이 부분에서 '인과관계(causation)'라는 법률적 개념을 강조했다. 피해자인 연예인이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A씨의 특정 댓글이 광고 계약 파기나 작품 하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명확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승문의 신동휘 변호사는 "의뢰인의 모욕 행위와 연예인이 일을 못한 부분과는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수많은 댓글 중 A씨의 댓글 하나가 결정적 손해를 끼쳤다고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판례에서도 법원은 인과관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과거 한 작가가 악플로 인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고 활동이 중단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046479 판결)에서도 법원은 그 인과관계를 신중하게 따졌다. A씨의 단발성 댓글 하나로 수천만 원의 업무 손실을 모두 책임지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서 다녀온 A씨, 최선의 대응은 '반성'과 '논리'"
그렇다면 A씨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형사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을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합의가 불가하다면 구체적인 양형 사유를 최대한 소명해 기소유예 등 선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검사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는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아 A씨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다. 경찰 조사에서 보인 반성적 태도는 긍정적인 요소다.
이후 민사소송이 제기되면 '답변서'를 통해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답변서 작성 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과도한 배상 청구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지만, 댓글과 업무 손실 사이에는 법리적으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주장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키보드를 잘못 놀린 대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책임의 크기는 법의 논리와 상식 안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명확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