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만 알고 아들은 몰랐다"… '마약왕' 징역 25년 확정, 아들은 무죄 반전
"아버지만 알고 아들은 몰랐다"… '마약왕' 징역 25년 확정, 아들은 무죄 반전
대법원, '동남아 3대 마약왕' 김 씨 상고 기각
징역 25년·추징금 6억 9천만 원 확정

베트남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 강제송환 /연합뉴스
국내에 70억 원대 마약을 유통하며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렸던 50대 김 모 씨에게 징역 25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반면 아버지의 지시로 마약을 운반해 공범으로 몰렸던 아들은 "내용물을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가 확정되며 부자(父子)의 운명이 극적으로 엇갈렸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51)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과 추징금 6억 9천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2일 확정했다.
텔레그램 뒤 숨은 '70억 마약 제국'… 베트남서 강제 송환
김 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베트남 호찌민에 거점을 두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 마약 공급책들과 거래해 온 거물급 마약 사범이다. 그가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한 필로폰과 합성 대마 등의 규모는 수사기관 추산 약 70억 원에 달한다.
범행 당시 김 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서 은밀하게 활동했으나, 전국 13개 수사기관의 동시다발적 수배 끝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호찌민에서 김 씨를 검거했고, 지난 2022년 7월 그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이로써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 모 씨(필리핀 수감), 탈북자 출신 총책 최 모 씨(캄보디아 검거)와 함께 거론되던 '동남아 3대 마약왕'의 사법 처리가 모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들아, 물건 좀 옮겨라"… 법원 "아들은 마약 인식 못 해"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김 씨의 범행에 가담한 친아들의 처벌 여부였다. 김 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마약이 든 우편물을 운반하도록 지시했고, 아들은 이를 수행하다 마약 유통 공범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아버지 김 씨에게 징역 25년, 아들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하며 두 사람 모두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아들 측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알았을 뿐, 우편물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아들에게 범죄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김 씨에 대해서는 "지인에게 필로폰을 주사했다"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범죄의 중대성과 유통 규모를 고려해 1심과 동일한 징역 25년의 중형을 유지했다.
대법원 "원심 판단 문제없다"… 징역 25년 최종 확정
검사와 김 씨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쌍방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징역 25년의 실형을 살게 되었으며, 6억 9천만 원의 추징금 납부와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그대로 유지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마약 범죄의 총책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구체적인 증거 없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