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본가 과시용'으로 몰래 진 빚 4억…암 투병 아내가 갚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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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본가 과시용'으로 몰래 진 빚 4억…암 투병 아내가 갚아야 하나요?

2026. 08. 25 16: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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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가사 도맡았는데 '네 탓' 폭언…이혼 시 남편 개인 채무 책임 피하는 법

남편이 아내 몰래 개인 목적으로 진 빚은 이혼 시 아내가 갚을 의무가 없다. / AI 생성 이미지

2019년 결혼한 A씨는 남편 B씨와 가정을 꾸리며 헌신했다. 결혼 당시 모아둔 돈 3500만 원을 가져왔지만, 남편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집안의 모든 대소사는 A씨의 몫이었다. 까다로운 남편의 입맛에 맞춰 거의 모든 식사를 직접 준비했고, 남편의 직장 서류 작업까지 도왔다. 남편이 월 60만 원 정도만 생활비로 가져다 줘서, 둘째 출산 후에는 결국 일을 시작해야 했다.


지난해 5월,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아내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카드론까지 써 3억 5000만 원의 빚을 졌다는 것이었다. 빚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불어나 4억 원이 넘었다. 남편은 "본가에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는 암 수술까지 받았다. 힘든 투병 중에도 남편과 시댁은 빚을 A씨 탓으로 돌리며 폭언을 쏟아냈다. 결국 이혼을 결심한 A씨는 남편이 멋대로 만든 수억 원의 빚을 자신이 떠안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남편이 아내 몰래 진 빚, 이혼 시 책임은 누구에게


결론부터 말하면, 아내 A씨는 남편이 개인적으로 만든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 우리 민법은 부부 각자의 재산과 채무는 각자에게 귀속되는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에스 조수영 변호사는 "남편 명의의 채무를 협의이혼한다고 해서 아내가 자동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내가 공동채무자·보증인이 아니고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위해 발생한 채무도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남편 개인채무다"라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들은 빚의 '사용처'에 따라 공동 채무와 개인 채무가 나뉜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등은 공동생활을 위한 채무로 볼 수 있지만, 배우자 몰래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빚은 다르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주택 구입대출이나 가족 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은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면 배우자 몰래 발생시킨 카드론과 사용처가 불분명한 채무, 개인적 소비나 사업 실패로 발생한 빚은 공동채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역시 "남편이 의뢰인 몰래 개인적 목적(본가에 보여주기 위함 등)으로 무리하게 발생시킨 대출 및 카드론 등은 공동 채무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결혼 때 가져온 3500만원과 독박육아, 재산 지키는 '무기' 된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것을 넘어, 빚(소극재산)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정하는 과정이다. 이때 재산 형성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A씨가 결혼 당시 가져온 3500만 원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혼인 기간 내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경제활동까지 한 점은 재산분할에서 매우 높은 기여도로 평가된다.


홍윤석 변호사는 "결혼 당시 가져오신 3,500만 원과 현재 의뢰인 명의 통장에 모아둔 자녀들의 돈은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육아와 가사 전담, 맞벌이 수입, 그리고 남편 빚의 일부 상환 사실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의뢰인의 재산 유지 기여도가 매우 높게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순례 변호사는 "아내가 2025년 9월부터 남편 빚을 대신 갚아준 내역(송금 기록 등)은 재산분할 시 아내의 기여도로 강력히 인정받아 돌려받는 구조로 정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합의이혼 도장은 금물…'이 한 문장'에 빚더미 떠안을 수도


변호사들은 남편의 빚을 떠안지 않으려면 섣불리 합의이혼 도장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법 무 법 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는 "지금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는 빚이라도, 협의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협의서나 이혼합의서에 '채무를 공동 부담한다' '일부를 인수한다' 같은 문구가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계약으로서 효력이 생겨 실제로 갚을 의무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합의서 작성 전 남편의 모든 채무 내역과 그 사용처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전체 대출계약서·신용정보조회서·계좌 흐름·카드 사용 내역·대신 갚은 내역을 이혼 합의 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서에는 남편의 개인 채무는 남편이 전액 부담하고, A씨의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만약 남편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합의하기보다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원하는 결과가 있고 그 결과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소송이혼, 즉 재판상이혼을 해야 한다"며 "재판상이혼을 진행하면서 위자료, 친권양육권, 양육비, 재산분할 이 모든 영역에 대한 강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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