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직전 '기습 공탁', 감형의 꼼수인가 반성의 증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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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전 '기습 공탁', 감형의 꼼수인가 반성의 증표인가

2025. 12. 01 10: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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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탁 의견서' 제출에 법원도 '감형 불가' 판결 잇따라…'형사공탁 특례' 악용 논란

선고 직전 감형을 노리고 돈을 맡기는 '기습 공탁'이 제도를 악용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감형을 기대하며 낸 공탁금이 되레 '독'이 됐다. 선고 직전 피고인의 '기습 공탁'에 검찰이 제동을 걸고 법원도 등을 돌리고 있다.


형사재판 선고를 코앞에 둔 피고인이 감형을 기대하며 법원에 돈을 맡겼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공판 검사가 이례적으로 '공탁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고, 피해자마저 '피고인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내면서 피고인의 마지막 카드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감형의 마지막 카드, 어쩌다 '독'이 됐나


사건의 전말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선고일만 남겨둔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무산되자 법원에 형사공탁을 했다. 피해 회복 노력을 보였다는 점을 인정받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며칠 뒤, 피고인은 사건 검색을 통해 검사가 자신의 공탁에 대해 의견서를 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 역시 같은 날 피고인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의견서 제출이 '기습 공탁'에 대한 문제 제기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이현권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는 "선고 직전 공탁은 감형만을 노린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검사가 '피해자가 공탁을 원치 않으며 피고인의 반성이 진정성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법원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정보 몰라도 OK…'형사공탁 특례'의 두 얼굴


이러한 '기습 공탁' 논란의 배경에는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름, 주소 등 개인정보를 몰라도 법원 공탁소에 돈을 맡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피해 회복 노력을 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의 선한 의도와 달리, 일부 피고인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와의 소통 노력 없이 재판 내내 버티다가, 선고 직전에 이르러서야 형식적으로 공탁을 하고 감형을 주장하는 '꼼수'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공탁 사실조차 모른 채 엄벌을 탄원하는 상황은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습'은 안 통한다…법원의 잇따른 경고


사법부 역시 이러한 '기계적 공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법원은 공탁의 시점과 동기, 피해자의 의사를 엄격하게 살피며 진정성 없는 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 추세다. 대전고등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판결 선고 직전 공탁을 한 후 이를 감형사유로 내세우는 이른바 '기습공탁'의 문제점 등을 고려하면 감형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수원고등법원 역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거듭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공탁 사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유로 고려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피고인의 '회복 노력' 주장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진정성 없는 반성은 '무효'…돈보다 중요한 '마음'


결국 관건은 '진정성'이다. 백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온길)는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상황에서 제출된 검사의 의견서는 형사공탁이 양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종 형량은 범행 동기, 피해 정도, 반성 여부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 재판부가 결정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는 노력 없이 선고 직전 내미는 돈다발은 더 이상 법원에서 통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진심 어린 사죄가 빠진 공탁은 감형을 위한 '기술'일 뿐, 진정한 반성의 증표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엄중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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