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다가 다른 승객과 부딪혔는데⋯그 사람이 날 고소했다, 재물손괴죄로
버스에서 내리다가 다른 승객과 부딪혔는데⋯그 사람이 날 고소했다, 재물손괴죄로

버스에서 내리며 다른 승객과 부딪힌 A씨. 부딪힌 승객은 자신의 이어폰이 없어졌다며 A씨를 '재물손괴죄'로 고소를 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차.'
깜빡 버스에서 잠들었던 A씨. 내릴 정류장에서 허겁지겁 카드를 찍고 내렸다. 그러면서 버스 안에 있던 승객 한 명과 부딪혔다. 그리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고, 버스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뒤에서 A씨를 멈춰 세웠다. "내 무선 이어폰을 달라!" 다짜고짜 자기 것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사람. 그는 A씨가 자신의 이어폰을 가져갔다고 오해하고 버스에서 쫓아 내린 것이었다.
사실 버스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혔을 때,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A씨는 "아마 이어폰이 버스 바닥에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해봤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경찰을 불렀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리를 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경찰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물손괴죄로 고소당하셨습니다."
A씨는 이런 경우도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A씨를 안심시켰다.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장일치였다. 설령 이어폰 분실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해도,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것인 만큼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는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승인의 오승일 변호사도 "수사기관이 A씨의 (범죄)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A씨는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어폰 분실에 대한 손해는 물어줘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죄는 아니지만 경제적 책임은 질 수 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다한의 배진혁 변호사와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적으로는 처벌되지 않지만, 민사적인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는 "민사상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상대방 과실도 참작될 것"이라며 "이 경우 무선이어폰의 중고매매가에서 상당액이 감액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안의 경우는 "A씨에게 배상책임이 없는 '특별손해'"라는 의견을 보인 변호사들도 있었다.
우리 민법은 민사상 손해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구분하고 있다. '통상손해'란 배상책임 있는 사람이 손해 발생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손해다. 반면 '특별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사례와 같은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특별손해로 분류되면 대부분 손해배상 책임이 부정된다.
오승일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의 이어폰 분실은 특별손해에 해당해, A씨가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은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