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통'으로 빌렸다, '통'으로 취소한 해수부⋯피해 금액 5억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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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통'으로 빌렸다, '통'으로 취소한 해수부⋯피해 금액 5억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2020. 07. 29 18:49 작성2020. 07. 30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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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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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호텔 통째로 빌린 뒤 '외국인 선원 격리시설'로 지정했다가 취소

호텔 측 "여름 성수기 포기했는데 일방적인 계약 취소⋯피해만 5억 넘어"

변호사들 "계약 파기에 해수부의 법적책임 있어, 손해배상 받아야"

해수부가 부산의 한 호텔을 외국인 선원 격리시설로 지정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해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지난 13일 외국인 선원 격리시설로 지정되자 시민들이 호텔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3일, 부산의 한 호텔은 '통 큰' 고객을 맞이했다. 호텔 전체를 빌리겠다고 한 것. 고객은 다름 아닌 '해양수산부'(해수부)였다.


해수부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이 호텔을 외국인 선원 격리시설로 지정한다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외국에서 들어온 선원은 전원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부 지침 때문이었다. 이에 호텔은 기존에 잡힌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해수부가 호텔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이유로, 호텔에 계약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호텔 측은 "해수부는 제3자인 상인들 때문에 계약을 취소한 것이니,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호텔은 객실이 텅텅 비워진 상태. 변호사들은 이번 일에 대해 "해수부의 책임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어떤 이유이며, 호텔이 받을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일지 알아봤다.


외국인 선원 자가 격리하기 위해 호텔 통으로 빌린 해수부⋯413개 객실 비웠더니 취소 통보

호텔 측이 밝힌 피해액은 5억원이 넘는다. 호텔은 외국인 격리시설로 지정되면서, 여름철 성수기부터 연말까지 예약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객실 수로만 413개다.


여기에 외국인 선원들이 사용할 비품과 해수부의 방역 업무에 필요한 물품 구매비까지 더하면, 그 액수는 더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수부는 호텔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이 호텔과의 계약을 취소하고, 이후 부산 중구에 있는 다른 호텔로 격리시설을 옮겼다. 보상은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애초 해수부의 반응은 "(우리)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변 상인들의 민원으로 인해 계약 취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민원으로 인한 계약 취소⋯문제없다" 해수부 주장, 변호사들이 살펴봤더니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변호사들은 "해수부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방향의 이청아 변호사는 "(보도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안은 호텔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해수부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보인다"고 했다.


만약 해수부와 호텔의 계약서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로 '주변 민원으로 임시 생활 시설(외국인 선원 격리시설) 지정이 취소할 경우'가 있지 않은 이상, 해수부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엑슬시어 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조숭희 변호사 또한 "정확한 것은 계약서를 확인해 보아야 알 수 있지만, (보도 내용상) 해양수산부 측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여 호텔 측에 적절한 피해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약에 따라 손해배상금 책정⋯관련 규정 없다면 '국가계약법' 적용

논란이 커지자 해수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호텔 측 손실보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협의가 잘 안 되면 호텔 측은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청아 변호사는 "해수부가 호텔 시설 이용료 지급 등에 관해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 호텔 측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조숭희 변호사는 "정부와 호텔 사이 계약서에 규정된 대로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계약에 손해배상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가계약법'은 국가가 대한민국 국민을 계약 상대자로 하는 계약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조 변호사는 "적정한 손해배상 금액은 '정부와 호텔이 계약한 금액에서 비용을 제외한 금액'과 '(격리시설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호텔을 운영했을 경우 기대되는 영업이익' 사이 어딘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호텔이 주장하는 금액 그대로를 받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의 손해배상 금액은 ①계약금에서 호텔 비품 구매비 등을 뺀 비용과 ②평소처럼 호텔을 운영했을 때 얻게 될 수익을 고려해 그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방향의 이청아 변호사, 법무법인 선린의 조숭희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무법인 방향의 이청아 변호사, '엑슬시어 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조숭희 변호사. /로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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