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장 제출, 대법원에 냈다간 큰일…김 사장이 각하 통보받은 이유
상고장 제출, 대법원에 냈다간 큰일…김 사장이 각하 통보받은 이유
상고 각하되는 치명적 실수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생을 바친 사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믿었던 동업자의 배신으로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된 김 사장. 억울함을 호소하며 시작된 소송은 1심과 2심(항소심)에서 연달아 패소라는 쓰디쓴 결과로 돌아왔다. 법정에 울려 퍼진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사의 목소리는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이제 남은 길은 단 하나, 대법원 문을 두드리는 것. 변호사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원심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해야 한다. 단 하루라도 늦으면 마지막 기회는 사라진다”고 신신당부했다.
마지막 날의 치명적인 실수
패소 충격과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김 사장은 마지막 상고심만큼은 비용을 아껴보고자 직접 상고장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상고 제기 기간 마지막 날, 그는 떨리는 손으로 직접 작성한 상고장을 들고 법원으로 향했다.
거대한 법원 청사, 수많은 창구 앞에서 그는 급한 마음에 눈에 보이는 민원 접수창구에 서류를 제출했다. 며칠 후, 김 사장은 집으로 날아온 한 통의 서류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상고장 각하 명령’. 이유는 ‘상고기간 도과’였다. 분명 마지막 날짜에 맞춰 법원에 제출했는데,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엉뚱한 법원에 낸 상고장, 기한 넘겨 소용없어
김 사장은 그제야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깨달았다. 상고장은 대법원에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판결을 내린 원심법원, 즉 이 사건의 경우 고등법원에 제출해야 했던 것이다.
그가 서류를 냈던 곳은 지방법원 민원창구였고, 서류가 고등법원으로 이관되었을 때는 이미 14일의 상고기간이 지난 후였다.
민사소송에서 상고 제기 기간은 판결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로, 이는 불변기간이다. 형사소송의 경우 7일로 더욱 짧다. 이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당사자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없는 한 구제받기 어렵다.
판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상고 비용 마련에 시간이 걸렸다’는 등의 사정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보지 않는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두32525 판결). 단 한 번의 실수가 억울함을 호소할 마지막 기회마저 박탈해버린 것이다.
한 줄기 빛, 희망은 없나
김 사장의 사례처럼 법원 창구를 착각해 상고장을 잘못 제출한 경우, 구제받을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대법원은 유사한 사안에서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인이 원심법원인 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할 명백한 의사가 있었으나, 같은 건물에 있는 지방법원 창구에 착오로 제출하고 담당 공무원도 이를 간과한 경우, 처음 서류를 제출한 날을 기준으로 상고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마1590 결정).
재판부는 우연한 사정으로 상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이 판례는 상고장에 불복 대상 판결을 명확히 기재하는 등 원심법원에 제출하려던 의사가 명백했던 김 사장에게 상고장 각하 명령을 다툴 결정적 근거가 된다.
상고장 제출, 넘어야 할 또 다른 허들
상고장 제출은 단순히 서류를 내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절차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 인지와 송달료: 상고장에는 1심 소송가액의 2배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인지액이 부족하여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받았음에도 기간 내에 보정하지 않으면, 상고장은 각하된다. 각하 명령이 내려진 후에는 뒤늦게 인지를 납부해도 소용없다.
- 상고이유서 제출: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별도로 대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변론 없이 상고가 기각될 수 있다.
- 소송대리권: 적법한 소송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상고장을 제출한 경우, 그 상고는 부적법하여 각하된다. 나중에 당사자가 이를 추인하지 않는 한 효력이 없다.
3심제도의 마지막 관문인 상고심은 더욱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요구한다. 마지막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고 준수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