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하고 피해자 고소했다가…의령군수, 군수직 날릴 판
성추행하고 피해자 고소했다가…의령군수, 군수직 날릴 판
'강제추행 유죄' 받고도 기자회견 열어 피해자 무고 고소
1심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구형

오태완 의령군수 / 연합뉴스
경남 의령군수 오태완 씨가 강제추행 피해자를 오히려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사건의 법적 쟁점이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이 오 군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면서, 그의 '맞고소' 전략이 최악의 법적 도박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상실하게 되므로,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선고 결과에 따라 오 군수는 군수직 상실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사건의 재구성: 강제추행과 맞고소, 그리고 유죄 확정까지
1. 강제추행 사건 발생과 긴급 기자회견
사건은 2021년 6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군수는 의령군 한 식당에서 군청 출입 기자들과 저녁 간담회를 하던 중 여기자를 성추행(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피해자의 고소 직후인 같은 달 28일, 오 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2. 강제추행 유죄 확정, 그리고 직위 유지
오 군수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은 별도로 진행되었다.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되었고, 대법원에서 이 형이 최종 확정되었다.
선출직 공직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야 직이 박탈되므로, 오 군수는 벌금형으로 감형되어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무고' 혐의에 발목 잡히다
문제는 오 군수가 피해자를 상대로 냈던 무고 고소 건이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오 군수가 유죄(벌금형)를 확정받았다는 것은 피해자의 고소가 허위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진실한 사실을 허위라고 주장하며 고소한 행위 자체가 무고죄(형법 제156조)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오 군수는 무고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난 13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년 6개월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맞고소' 전략의 법적 허점: 왜 이 전략은 최악의 수가 되었나?
1. 무고죄의 성립, '유죄 확정'이 증거
오 군수가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한 행위는 무고죄의 성립 요건을 명백하게 충족했다는 분석이다.
- 허위사실 신고: 오 군수가 "피해자의 강제추행 고소가 허위"라고 신고했으나, 강제추행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가 진실이었음이 입증되었다.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 미필적 고의: 자신이 강제추행을 했는지 여부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로서, 피해자의 고소가 진실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고로 고소한 것은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2. '2차 가해' 논란과 양형 가중 사유
실무상 성범죄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는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이미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게 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행위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큰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구형한 배경에는 강제추행 확정판결 후에도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한 죄질의 불량함과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가중된 책임, 그리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개적으로 2차 가해를 감행한 점 등이 주요 가중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직위 유지를 위해 사법 시스템을 악용하려 한 시도로 평가된다.
3. 실형 가능성과 군수직 상실 위기
오 군수가 무고 사건으로 실형(금고 이상)이 확정될 경우, 그는 군수직을 잃게 된다. 이미 강제추행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무고죄로 추가 처벌받는 것은 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인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오 군수는 재판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얘기를 나누며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의령군 리더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 만큼 재판장께서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진정한 반성으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는 성범죄 피의자가 방어 전략으로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며, 실제로 성범죄 사실이 있었다면 이는 무고죄를 구성하여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패착'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실에 기초한 방어만이 최선이며, 허위 사실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