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교수 24시간 '컴컴' 호출에 골프 수발까지...대학원생 죽음으로 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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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교수 24시간 '컴컴' 호출에 골프 수발까지...대학원생 죽음으로 몬 갑질

2025. 11. 27 10:4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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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회 준비부터 중고거래 심부름까지

'교육' 빙자한 '갑질'의 민낯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7월, 전남대학교의 한 공대 대학원생이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4개월 뒤, 대학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지도교수의 골프 대회를 준비하고, 농막의 쓰레기를 치우며, 심지어 '컴컴'이라는 은어로 불리며 인격적 모독을 당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 연구실에서 벌어진 이 비극은 단순한 '가혹 행위'를 넘어선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뜯어볼 때, 해당 대학원생을 단순한 '학생'이 아닌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근로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도대체 그 연구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네는 학생인가, 집사인가"... 상상 초월한 '사적 노예' 생활

고인의 삶은 연구자가 아닌 교수의 '개인 비서'에 가까웠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지도교수인 A교수와 B교수로부터 일상적인 착취를 당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업무의 범위다. B교수는 고인에게 ▲골프 대회 계획 수립 ▲골프 행사장 운전 ▲농막 쓰레기 처리 ▲가족 식사 영수증 처리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심부름(족구공 구입, 책장 거래) 등을 지시했다. 이는 학업이나 연구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명백한 사적 업무다. 심지어 햄버거와 유부초밥 주문 같은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도맡았다.


A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인은 A교수의 연구기획부터 결과보고서 작성, 행정처리까지 도맡았다. 교수가 해야 할 외부 기술자문보고서를 대신 작성해주거나, 고인이 쓴 논문에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려 연구 실적을 챙기기도 했다.


"답장 늦으면 굴욕"... 24시간 감시당한 '전자 발찌' 카톡

지휘·감독의 강도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교수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고인을 '컴' 혹은 '컴컴'이라는 은어로 불렀다. 이는 컴퓨터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라는 의미로, 조사위는 이를 "굴욕감을 유발하는 인격 모독"으로 판단했다.


업무 지시는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1년간 일과 시간 이후와 휴일에 온 업무 지시 카톡만 143차례(A교수), 120차례(B교수)에 달했다. B교수는 고인이 취업을 앞둔 시점에도 "실험실 나가기 전까지는 날을 새서라도 일을 하라"며 과도한 업무 압박을 가했다. 이는 사실상 고인이 교수의 손발이 되어 24시간 대기하는 종속적인 관계였음을 시사한다.


'학생' 가면 쓴 '근로자'... 대법원 판례로 본 결정적 증거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고인이 겪은 이 가혹한 행위들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다. 대법원 판례(2006다29736 등)는 대학원생이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관계를 따져 '근로자성'을 인정한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는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지표들로 가득하다.


① 업무 내용의 지정과 지휘·감독의 종속성

대법원은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고인은 본인의 학위 논문 연구보다 교수의 사적인 심부름(골프, 중고거래)과 교수의 실적을 위한 대리 업무에 시달렸다. 특히 '컴컴'이라는 호칭과 휴일 없는 카톡 지시는 교육적 지도를 넘어선 '사용자의 구체적인 업무상 지휘·감독'에 해당한다.


② 근무 시간과 장소의 구속성

"실험실 나가기 전까지 날을 새라"는 지시와 수시로 떨어진 휴일 업무 지시는 고인이 근무 시간과 장소에 있어 교수의 엄격한 통제 하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자율적인 연구자가 아닌, 사용자의 지배 관리 하에 있는 근로자의 특징이다.


③ 업무의 성격과 대가성

고인이 수행한 골프장 운전, 쓰레기 청소, 외부 자문 보고서 대필은 '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 이는 교수의 사적 이익이나 업무를 위해 제공된 명백한 '노동'이다. 따라서 고인이 받은 금품은 연구 장학금이 아닌,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 같이 쓰자?"... '학생 인건비 공동관리'의 위법성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돈'이다. 조사 결과, 고인의 계좌에는 학생 인건비가 들어왔다가 다시 '연구실 운영비' 명목으로 회수된 정황이 포착됐다. 총 11차례, 370여만 원이 갹출됐다.


이는 학계의 오랜 악습인 '학생 인건비 공동관리(Pooling)'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및 관련 규정은 학생 인건비의 공동관리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이는 연구비 유용이자 횡령에 해당할 수 있으며, 판례(2021구합53641) 역시 '연구실 운영비로 썼다'는 변명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인건비 회수 행위를 학생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한다. 교수가 "회식비나 통신비로 썼다"고 항변하더라도, 학생 개인에게 지급된 돈을 다시 걷는 행위 그 자체가 '용도 외 사용'으로서 법적 제재 대상이 된다.


비극이 남긴 과제... '관행'이란 이름의 불법을 멈춰야

전남대 측은 해당 교수들을 직위 해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며,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대학원 사회에 만연한 기형적인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사적 노예처럼 부리고, 정당한 인건비마저 '공동'이라는 명목으로 갈취하는 행태. 법조계는 이를 교육 현장의 문제가 아닌, '노동 현장의 착취'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대학원생을 '값싼 연구 부품'이 아닌 법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하는 판례와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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