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에 10배 징벌적 과징금"…정부 초강수, 법 개정 전엔 '그림의 떡'
"암표에 10배 징벌적 과징금"…정부 초강수, 법 개정 전엔 '그림의 떡'
암표 근절 '징벌적 과징금' 도입
법률 개정 전까지 '공염불'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 연합뉴스
정부가 공연 및 스포츠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인 암표를 뿌리 뽑기 위해 암표 수익금의 최소 10배 이상을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과 '신고포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초강력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암표 판매자가 부정한 이익보다 훨씬 큰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의 '공연·스포츠 분야 암표 근절 방안'을 보고하며 "암표는 일반 팬과 창작자에게 큰 피해를 주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역시 "과징금은 판매 총액의 10배에서 30배까지 최상한을 정해 개정해달라"고 지시하며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즉시 도입되지 못하는 법적 쟁점이 드러나면서, 당장 암표 근절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행법의 한계: '과징금 부과'는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
정부가 암표 근절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내세운 '과징금' 제도는 현재의 법적 틀 안에서는 곧바로 시행될 수 없다. 그 배경에는 행정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법률유보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과징금은 행정청이 법령 위반자에게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로서, 국민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성격을 가진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작용은 반드시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행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암표 부정판매에 대한 형사처벌(징역, 벌금) 및 과태료 부과 조항만이 있을 뿐, 과징금 부과에 대한 법적 근거 조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행정청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고 싶다면, 기존 법률에 과징금 부과 사유, 상한액, 부과·징수 주체, 체납 시 강제징수 절차 등 행정기본법이 정하는 필수 법정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소 수개월: '초강력 처방'을 위한 입법 시계는 느리게 간다
과징금 제도의 도입이 법률 개정이라는 '필수 절차'에 묶이면서,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법률 개정은 단순히 정부의 의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안 작성, 입법예고,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 뒤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본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입법 절차만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법률이 개정된 후에도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 방법과 기준, 절차 등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정비 과정이 남아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은 웃돈 판매 행위 전체를 단속 대상으로 삼는 법 개정 및 신고포상제 도입도 함께 보고했다. 신고포상금 역시 예산 집행을 수반하는 행정작용이므로 법률 또는 대통령령에 지급 대상, 요건, 기준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결국 정부의 강력한 암표 근절 의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신속한 법률 개정과 후속 입법 작업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암표 판매자들에게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결론: '형사처벌'과 '과태료'의 한계를 벗어나 '실효적 제재'로 가기 위한 첫걸음
현행법상 암표 판매자에 대한 제재 수단은 '엄격한 입증책임'과 '장기간의 절차'가 필요한 형사처벌과, 통상 '억제 효과가 부족한' 소액의 과태료에 그친다는 한계가 명확했다.
새롭게 도입될 과징금 제도는 이러한 형사처벌 및 과태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위반 행위로 얻은 부당 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부과함으로써 신속하고 실효적인 경제적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법률 개정 없이는 초강력 과징금이라는 '초강수'가 실행될 수 없기에, 향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논의되고 통과될지가 암표 시장 근절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