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사망사고 공기업 사장 ‘전원 무죄’… 법원 “사장은 감독관 아냐”
광산 사망사고 공기업 사장 ‘전원 무죄’… 법원 “사장은 감독관 아냐”
'안전 시스템 구축'에 무게 둔 법원 판결
경영책임자 처벌 범위 획정 선례 주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석탄광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공기업 사장 등 경영책임자와 현장 안전감독자, 그리고 해당 공기업 법인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례적인 '전원 무죄' 판결의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범위와 광산안전법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법원의 새로운 법리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D공사가 운영하는 광업소에서 발생했다.
D공사의 사장인 피고인 A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피고인 B과 C은 광산안전법상 안전감독자와 안전감독계원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9월 14일, 출수 위험도가 높은 작업장에서 J생산부장인 피해자가 죽탄(물과 석탄이 섞인 반죽 형태)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경영책임자 A이 유해·위험요인 개선 조치 미이행, 매뉴얼 점검 미흡, 광산안전법상 의무 이행 점검 미흡 등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고 기소했다.
또한, 안전감독자 B과 C은 정기적으로 채광방법을 검토해 난굴 여부를 조사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초래했다며 광산안전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전확보 의무'의 재정립: 시스템 구축·점검으로 한정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성격을 명확히 재정립했다.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조직문화 및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 현장에서 직접적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점검 의무를 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의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아니라, 인적·물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것이 잘 운영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리에 따라 피고인 A이 안전경영위원회 운영, 위험성 평가 실시 및 개선 조치, 재난유형별 대응 매뉴얼 마련 및 점검 등을 성실히 수행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분연층 미개설'은 난굴인가? 현장 여건 반영된 합리적 해석
검찰은 갱내 출수 관리를 위한 '안전관리 개선 계획'에 반하여 좌연층 입구에 분연층을 개설하지 않고 채광 작업을 지속한 것이 위험성 감소 조치 미이행, 즉 안전 확보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의 판단은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 핵심이다.
법원은 분연층 개설은 석탄을 더 많이 채굴하기 위한 방법일 뿐, 출수 관리를 위한 안전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분연층은 본연층보다 대피가 어렵고 출수 관리도 더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사고가 난 좌연층 입구는 탄맥 폭이 좁아 분연층 설치 자체가 곤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안전감독자 및 안전감독계원인 피고인 B, C이 분연층을 개설하지 않고 본연에서만 채굴한 것을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방식의 난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광산안전법상 의무 불이행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광산안전법 처벌규정,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위반 아님
피고인 측은 광산안전법 제13조 제4항(광산안전관리직원의 의무)이 구체적인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령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상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검찰의 기소를 뒷받침하는 법리를 유지했다.
법원은 광산안전법이 광산안전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고, 수범자가 광업 종사자로 한정되어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광산 안전에 관한 사항은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내용으로 탄력적인 행정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즉, 이 사건 규정은 위임사항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고 보았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 발생, '인과관계' 및 '예측가능성' 부정
법원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추정일 뿐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사고 전 출수량 측정치에 급격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죽탄 형성 위치를 작업자들이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인 B, C이 광산안전관리 직원으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A, B, C 및 D공사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구체적 현장 조치가 아닌, 조직적 안전 시스템 구축과 점검에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의 법리 해석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