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없는 채권추심업체, 해지 요구에 '위약금 1400만원'…내야 할까?
한 일 없는 채권추심업체, 해지 요구에 '위약금 1400만원'…내야 할까?
가압류 후 감감무소식, 소송은 별도 변호사가 진행…변호사들 "지금 해지해야 분쟁 막는다"

A씨는 채권추심업체가 별다른 활동 없이 전화 독촉만 하자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업체는 1400만원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어머니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받아야 할 돈을 회수하기 위해 채권추심업체와 계약했지만, 업체는 전화 독촉 외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결국 A씨가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업체가 중도 해지 수수료로 1400만 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거액의 위약금만 요구하는 업체인데, A씨는 이 계약을 어떻게 끝내야 할까?
가압류만 하고 '감감무소식'…해지하려니 위약금 1400만원
A씨의 어머니는 올해 초 작은아빠(삼촌)에게 받을 돈을 회수하고자 한 채권추심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성공 보수 18% 조건이었다.
업체는 부동산 가압류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 경매까지 진행해 돈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업체의 활동은 부동산 가압류 신청이 전부였다.
이후 재산 조회 등 실질적인 추심 활동은 거의 없었고, 간간이 전화나 문자로 변제를 독촉하는 게 다였다. 결국 A씨는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A씨 측이 업체에 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중도 해지 위약금 1400만 원을 내지 않으면 해 줄 수 없다며 연락을 피하고 있다.
"1400만원 줄 의무 없다"…실제 한 일만큼만 정산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A씨 측이 업체의 요구대로 1,400만 원을 전부 지급할 의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채권추심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실질적인 추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만큼, 과도한 위약금 요구는 부당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업체가 실제로 재산조회나 실질적인 추심활동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업체가 주장하는 수수료 전액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실제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상응하는 만큼만 정산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법적으로도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계약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나중에'는 금물…'지금 당장' 해지해야 하는 이유
변호사들은 계약 기간 만료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계약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을 유지하다가 A씨 측이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돈을 회수하게 될 경우, 추심업체가 "계약 기간 내에 회수됐으니 우리 성과"라며 18%의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더 큰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수행하고 그 결과 채권이 회수됐는데 기존 추심업체가 자신들의 업무로 회수된 것이라며 수수료를 청구하면,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계약관계를 정리하는 방향을 우선 검토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 역시 "계약이 살아 있는 동안 회수가 이루어지면 업체가 자기 성과라고 주장할 빌미가 생긴다"며 "지금 해지 통지를 보내 시점을 못 박아 두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으로 해지 통보…업체엔 '업무 내역' 요구해야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내용증명 발송이 꼽혔다.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하고, 과도한 위약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내용증명으로 해지 의사, 수행 업무 내역과 지출 증빙 제출 요구, 미이행 부분에 대한 이의 제기를 남겨두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변호사가 아닌 추심업체가 소송 대리를 약속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은정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가를 받기로 하고 소송사건의 대리 등을 맡는 것은 변호사법이 금지한다"며 "그에 기한 성공보수 청구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