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납품계약으로 80억 보험금 편취…38명 조직적 사기 전모
허위 납품계약으로 80억 보험금 편취…38명 조직적 사기 전모
허위 계약 38명 무더기 검찰 송치

허위 납품계약서와 이를 통해 가입한 이행보증보험증권 / 연합뉴스
회사 간 자금 대출 계약을 마치 물건을 주고받는 납품 계약인 것처럼 꾸며 서울보증보험(SGI)으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챈 업자와 브로커 등 38명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허위 납품 계약서를 이용해 SGI의 '이행보증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치밀한 수법으로 총 80억 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회사 대표 A씨와 B씨를 포함한 업자, 브로커 등 38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주범인 A씨는 구속 송치했다.
이들의 범행 기간은 2020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3년 5개월에 달하며, 이 기간 동안 총 150억 원 규모의 대출이 허위 계약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용 낮으면 '제3의 업체' 동원…보험사 사기 우회 수법의 전말
종합보증회사인 SGI가 운영하는 '이행보증보험'은 계약자가 다른 회사와의 납품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피보험자(채권자)에게 대신 금액을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이는 본래 기업 간의 건전한 거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적발된 일당은 이 제도를 악용했다. 실제로는 자금 대출을 받으면서도, 이를 SGI에 납품 계약인 것처럼 속여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특히, 회사 B씨처럼 신용도가 낮아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제3의 업체를 끌어들여 이들이 대신 허위 납품 계약을 맺고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조직적인 우회 수법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허위 계약으로 150억 원가량을 빌린 회사들은 약 80억 원 상당의 대출 원금을 갚지 못했고, SGI가 고스란히 보험금으로 대납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변호사들 "서류만 믿는 구조적 취약점…주계약 실체 확인 의무 명문화해야"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보증보험 제도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형식적 심사의 한계다. 보증보험회사가 계약 체결 시 납품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등 제출된 서류만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서류 중심의 심사 체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실제 거래관계나 이행능력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 없이 형식적 요건만 갖춰지면 거액의 보험 가입이 가능해진다.
둘째, 주계약 실체 확인 의무의 불명확성이다. 이행보증보험은 주계약(납품계약 등)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인데, 보험회사가 주계약의 실체를 어느 정도까지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의무가 법령상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 판례도 허위 표시된 주계약은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보여주지만, 사전 심사 단계에서의 확인 의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셋째, 도덕적 해이 유발 구조다. 채무자(계약자)는 낮은 보험료로 거액의 신용을 확보할 수 있어 책임감이 약화되고, 채권자(피보험자) 역시 보증보험증권이 있으면 채무자의 신용도 검토를 소홀히 하게 되어 허위 거래 성립 여지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 후 SGI 측에 "보험심사 시 계약자가 제출하는 계약서 검토에 그쳐선 안 되고 실제 계약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법률전문가들은 "허위 계약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회사가 주계약의 실체를 확인할 의무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고, 실제 거래 이력 확인, 납품 예정 물품의 실재성 확인 등 실질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보험회사 간 정보 공유 체계 및 계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또한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조직적 사기를 주선한 브로커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