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공직선거법 위반의 구원투수일까
국민참여재판, 공직선거법 위반의 구원투수일까
"비용은 0원"… 신청은 쉽지만 결과는 미지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국민참여재판. 비용이 들지 않고 국민의 시선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신청만 하면 무조건 열리는 것도 아니고,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무죄'를 외쳐도 판사가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면? 전문가들은 "전략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 양날의 검"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용 0원'의 유혹… 신청은 서류 한 장이면 끝?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국민참여재판 희망서'라는 서류를 받게 된다.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비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고인이 부담할 비용은 '0원'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며, 국선·사선 변호인 유무와 관계없이 무료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이기에 배심원 선정부터 재판 진행까지 모든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신청 절차도 간단하다.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법무법인 창세 박영재 변호사는 "사건번호, 성명, 주장 이유(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등)를 기재해 제출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신청≠재판"… 판사가 거부하면 그만, 높아지는 기각률
신청서를 냈다고 해서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사건의 성격 등을 고려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배제결정(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한일 이광섭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같은 사건의 경우 매우 민감한 사건"이라며, 법리적 쟁점이 복잡해 배심원이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아 재판부가 기각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법원의 배제결정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가 배제 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심원 '무죄' 외쳐도 판사가 '유죄'… 믿어도 될까?
국민참여재판의 가장 큰 함정은 배심원의 평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심원의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최종 판결은 전적으로 판사의 몫이다. 대법원 역시 배심원의 평결이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배심원 7명이 전원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그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광섭 변호사는 "배심원분들께서 억울한 사정보다 변명에 가깝게 느끼시는 경우 오히려 엄격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배심원의 상식과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루 만에 끝나는 재판"… 득일까 실일까
절차적으로도 고려할 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의 90% 이상은 단 하루 만에 끝난다. 배심원 선정부터 증거조사, 변론, 평의와 평결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다.
이는 '신속한 재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장시간의 재판으로 배심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복잡한 법리와 사실관계를 단 하루 만에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이 배심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사건의 유불리, 법리적 쟁점, 예상되는 배심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사안의 여론성과 쟁점 정리가 필요하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유드린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