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고소에 민사 소송까지… 변호사 비용에 두 번 우는 서민들
사기 고소에 민사 소송까지… 변호사 비용에 두 번 우는 서민들
형사·민사 동시 피소, 변호사 선임 전략은? 전문가들 '통합 선임이 정답'

동일한 사안으로 형사 소송과 민사 소송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엔, 한 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모두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셔터스톡
전문가들 “사실관계 같다면 변호사 1명 선임이 효율적…비용 절감·일관된 전략 수립에 유리”
한 통은 경찰서에서, 다른 한 통은 법원에서 날아온 등기우편. 평범한 회사원 A씨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채권자는 그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동시에,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한순간에 형사 피의자이자 민사 피고가 된 A씨의 머릿속은 '변호사 비용'이라는 네 글자로 가득 찼다. '형사 재판 변호사, 민사 재판 변호사… 그럼 두 명을 구해야 하나?' 당장 눈앞에 닥친 두 개의 재판보다, 두 배가 될지 모를 변호사 비용이 그의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변호사님, 두 분 모셔야 하나요?…텅 빈 지갑 앞의 절규
A씨처럼 하나의 사실관계를 두고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사기죄로 고소해 상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이때 피고소인(피고)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다.
A씨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명의 변호사에게 모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은 별개의 절차이지만, 뿌리가 같은 만큼 하나의 팀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사기죄와 대여금 반환 소송과 같이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하나의 변호사가 함께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변호사는 양쪽 사건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임료 측면에서도 두 사건을 별도로 선임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법인 일신 이상범 변호사 역시 “두 사건을 모두 맡기는 조건으로 수임료 조절이 가능할 수 있으니, 변호인 선임에 있어서 이를 고려하여 진행하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형사재판 지면 끝장…민사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이유
전문가들이 ‘통합 선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형사 재판의 결과가 민사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사기죄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이는 민사 재판에서 ‘불법행위(사기)’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 경우 민사 재판에서 패소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실제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민사소송도 방어하기가 힘들어 진다”고 지적하며 통합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다수 변호사들은 두 사건 중 형사 사건 방어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새여울 박승배 변호사는 “형사 사건은 고소 이후 피의자 조사, 사건 송치 및 기소까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형사 대응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떼먹을 생각은 아니었다'…'이것' 입증 못 하면 사기꾼 된다
결국 A씨 사건의 핵심은 형사 재판에서 사기죄의 ‘편취의 고의(상대방을 속여 재물을 빼앗으려는 생각)’가 있었는지를 다투는 것이다.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이후 사정이 어려워져 갚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법률사무소 명중 윤형진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용 당시 변제의사 내지 능력이 있었으나 사후적인 경제 사정의 악화로 인하여 대금 지급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진술,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명의 변호사가 사건 초기부터 A씨와 깊이 상담하며 사실관계를 꿰뚫고 있어야만 가능한 변론이다.
결국 A씨와 같이 '두 개의 재판' 앞에 선 서민들에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였다. 흩어진 대응은 각개격파의 지름길이며, 통합된 방어야말로 위기 탈출의 유일한 열쇠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우편함에 경찰서와 법원에서 보낸 서류가 동시에 꽂혔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두 사건을 하나의 그림으로 꿰뚫어 볼 '한 명의 조력자'를 찾는 것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