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전화, 안 받았으면 처벌 못 한다는 판결...황당하게도 '법적으론' 문제없었다
스토킹 전화, 안 받았으면 처벌 못 한다는 판결...황당하게도 '법적으론' 문제없었다
피해자로선 전화 걸려 오는 자체로 고통이지만⋯
'도달' 인정 안 되면 처벌도 안 돼

헤어진 여성에게 약 3개월간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댄 50대 남성 A씨. 그런데 막상 진행된 재판에선 많은 이의 예상을 뛰어넘고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긴 했지만, 받지 않았으니 스토킹이 아니다"라고 했다. /셔터스톡
헤어진 여성에게 약 3개월간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댄 50대 남성 A씨. 이러한 스토킹 행위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 처분도 받았다. 피해자 100m 이내는 물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전기통신 접근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A씨는 전화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막상 진행된 재판에선 많은 이의 예상을 뛰어넘고 '무죄'가 선고됐다. 로톡뉴스가 이 사건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해봤다. 재판부 판단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랬다.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긴 했지만, 받지는 않았으니 스토킹이 아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전화 등을 이용해 말이나 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 중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그러나 이 사건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피해자와 통화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전화 발신 행위는 법에서 말하는 '도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건 전화로 인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고 △부재중전화가 왔다는 메시지가 가긴 했지만 이는 휴대전화 자체의 기능일 뿐이라고도 했다.
피해자로선 원치 않는 전화가 걸려 오는 것만으로 공포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을 텐데, 이 행동으로 인해 도리어 가해자가 풀려나게 된 셈이다. 이 같은 판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판결"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법률자문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면 벨이나 진동이 울릴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음향이나 영상 등을 송신한 걸로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스토킹처벌법에 '전화 연락을 시도하는 것도 안 된다'라는 취지의 규정이 들어가지 않는 한, A씨와 같은 행동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법무법인 새로의 엄진 변호사도 "피해자라면 전화벨이 울리는 자체도 공포"라고 했지만 "한 번이라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이는 통신이 도달한 걸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원 기조로 인해,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20년 대법원은 전 연인에게 '오토리다이얼'이라는 자동프로그램을 이용해 한 달 동안 하루 수백 통씩 전화한 피고인에게도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전화기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해당 사건 1심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2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결론냈다.
이에 황당하게도 상대방을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받게 하려면, 피해자가 그 전화를 받아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엄진 변호사는 "현재로선 그렇다"며 "전화를 받고 바로 끊는 식으로 1초라도 수신했다는 기록이 남게 해야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