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몰카' 가해자 합의 제안…'이것' 모르면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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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카' 가해자 합의 제안…'이것' 모르면 두 번 운다

2026. 06. 18 10: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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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 11인 “절대 먼저 연락 마라”…협상력 최고점과 ‘독소 조항’ 피하는 법

불법촬영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먼저 연락하지 말고, 1심 선고 직전 등 유리한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공중 화장실 불법 촬영 가해자로부터 합의 제안을 받은 피해자. 영상 유포로 인한 불안감과 수면장애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지만, 정작 합의 과정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독이 된다며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말 것’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협상력이 극대화되는 ‘골든타임’을 활용하고, 향후 더 큰 피해를 막을 ‘안전장치’를 합의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합의가 급한 건 가해자”…먼저 연락하는 순간 ‘을’이 된다


지하철 공중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A씨. 최근 가해자가 검거됐고, 그의 변호사로부터 합의 의사를 전달받았다. 범행은 시인했지만 영상 유포는 부인하는 상황.


A씨는 “먼저 연락하는 게 유리할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에 법률 전문가들은 일제히 ‘기다리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헌정의 송인혁 변호사는 “먼저 연락하지 마십시오. 합의가 급한 쪽은 가해자입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면 협상력이 약화되고, 낮은 금액에 합의가 유도될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 역시 “현 단계에서 피해자 측이 먼저 가해자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것은 불리합니다”라며 검찰 송치 후나 상대의 추가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연락하는 순간, 가해자에게 ‘합의에 급급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력 최고조는 ‘선고 직전’…구속되면 판세 뒤집힌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협상력이 가장 높아지는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변호사들은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와 1심 법원의 선고 직전을 꼽았다.


정진열 변호사는 “가해자 측이 불기소(기소유예) 또는 약식기소를 원할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라며 검찰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인혁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1심 재판 진행 중, 특히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 협상력이 가장 높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실형 선고의 공포가 극에 달하는 시점이 바로 피해자가 가장 강력한 협상력을 쥐게 되는 순간이라는 의미다.


법무법인 호원 정형준 변호사도 “가해자에 대한 제1심 판결이 나고, 가해자가 구치소에 수감된 경우에 좀 더 합의가 잘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라며 항소심에서 감형을 노리는 가해자의 절박함이 협상력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영상 유포 시 위약벌”…'이 문구' 없으면 합의는 무의미


합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서’의 내용이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눈앞의 합의금보다 중요한 게 바로 ‘유포 가능성 차단’이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합의서 작성 시 반드시 '현재까지 밝혀진 범행 외에 추가 유포나 유출이 확인될 경우 별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중대한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특약 조항을 무조건 포함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순 합의금만 받고 끝낼 경우, 추후 영상이 유포되더라도 추가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편율 신상의 변호사 역시 “문서를 작성할 때 단순히 처벌불원에만 합의하지 말고, 향후 추가 유출이나 다른 피해가 밝혀질 경우 가해자에게 무거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예외 특약을 반드시 포함해야 나중에 생길 위험을 막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포괄적인 문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이런 ‘독소 조항’은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정신과 진단서와 ‘피해 일기’는 당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


가해자와의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피해자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피해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A씨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은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지금은 발급받으신 정신과 진단서와 함께 일상생활의 고통을 담은 피해자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추가 제출하여 가해자를 압박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사건 이후 겪은 불안감, 수면장애, 공중화장실 기피 등 일상생활의 고통을 상세히 기록한 ‘피해자 진술서’나 치료비 영수증 등을 꼼꼼히 챙겨 수사기관에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가해자의 죄를 무겁게 만드는 동시에, 합의금이나 향후 민사소송에서의 위자료를 산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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