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남편 '용서' 한 번에 위자료 '0원'?…이 단어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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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남편 '용서' 한 번에 위자료 '0원'?…이 단어 피해야

2026. 03. 10 09:5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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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불원서의 함정, '민사상' 문구 하나에 운명 갈려

이혼 전 폭행 합의 시 처벌불원서에 '민·형사상' 문구를 넣으면 위자료를 못 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합의이혼을 앞두고 폭행한 남편을 용서해주려 합니다. 그런데 이 '용서' 한 번으로 위자료까지 못 받게 될까 두렵습니다."


합의이혼을 준비하던 A씨는 남편의 폭행 사건으로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처벌불원서'를 써주려 하지만, 이것이 되레 위자료 청구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합의서에 무심코 적은 단어 하나가 수천만 원의 위자료를 좌우할 수 있다며 치명적인 실수를 경고하고 나섰다.


'민·형사상' 세 글자의 덫…위자료 청구권이 증발한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처벌불원서를 내주면 나중에 위자료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답한다. 핵심은 처벌불원서나 합의서에 들어가는 '문구'에 달려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여서, 처벌불원서를 내면 형사 절차는 멈춘다.


문제는 합의서 내용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민형사상 합의가 되었다고 써버리면 추후 위자료를 받기 어렵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피벗의 김경수 변호사 역시 합의서에 흔히 들어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향후 민, 형사상 제기를 하지 않도록 한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들어가 있으므로, A씨가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면, 이에 대해 민사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형사상 처벌'만을 원치 않는다고 명시해야 향후 위자료 청구의 길이 막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벌 피해도 '수사기록'은 남는다…위자료 소송의 히든카드


그렇다면 남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 폭행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까? A씨는 "벌금이 안 나오더라도 수사기록만으로 폭력이 인정되고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설령 처벌불원으로 형사처벌은 면했더라도, 수사기록을 통해 폭력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이혼위자료 청구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 역시 "소송이 진행되면, 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은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검찰의 수사기록 자체가 폭행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어 민사상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先) 위자료, 후(後) 처벌불원서"…최선의 전략은 이것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순서를 제시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위자료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김경수 변호사는 위자료를 먼저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며, 만약 상대방이 당장 합의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하고, 1심 선고 전까지 합의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섣불리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 것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안전한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작성하고자 하신다면 가급적 변호사 조력 하에 작성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는 문구나 형식에 따라 추후 그 효력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법적 문제가 얽힌 만큼, 순간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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