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로 이겼더니 보복성 맞고소…"신경 끄라"는 경찰 말, 정말 믿어도 될까
모욕죄로 이겼더니 보복성 맞고소…"신경 끄라"는 경찰 말, 정말 믿어도 될까
정보공개청구로 고소 내용 미리 파악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4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했던 A씨는 다른 동대표 B씨로부터 욕설을 듣고 B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법원은 B씨의 혐의를 인정, 벌금 1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 A씨의 싸움이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날, A씨는 관할 경찰서로부터 믿기 힘든 전화를 받았다. 경찰관은 다짜고짜 "8월에 모욕죄로 고소당하셨다"고 통보했다.
A씨가 누구에게, 왜 고소당했는지 묻자 경찰관은 "수사 단계가 아니라 알려줄 수 없다"면서 "고소인이 연락이 안 돼 확인하려다 실수로 전화했다. 별일 없으면 종결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황당한 답변만 남겼다. A씨는 B씨의 보복성 맞고소를 직감했다.
"신경 끄라"는 경찰, 정말 믿어도 될까?
경찰의 말처럼 사건은 정말 이대로 종결될 수 있을까? 일부 변호사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 가능한 범죄)라 고소인이 적극적으로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건이 각하되거나 불송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소인이 고소장만 던져놓고 잠적하면 수사가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의 말만 믿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구체적 수사 단계가 아니어서 고소 사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은 고소 사건에서 있기 어려운 일"이라며 현재 상황의 이례성을 지적했다.
기다리면 시한폭탄…내 고소장 내가 먼저 봐야
변호사들은 A씨가 처한 정보 비대칭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단순히 종결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다 갑자기 조사 통보를 받으면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결책으로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카드는 정보공개청구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불안하다면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본인에 대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누가, 어떤 내용으로 고소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미리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화 통화 험담, 모욕죄 될까? 이것에 달렸다
만약 A씨의 우려대로 과거 제3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 문제가 됐다면, 법적 쟁점은 공연성이 될 전망이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인정돼야 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전화 통화 내용이 문제가 된 경우, 대화 상대방이 그 내용을 외부에 전파할 가능성, 즉 공연성의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큰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변호사 역시 "모욕죄는 구체적 발언의 맥락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려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즉시 법률 조력을 받을 것을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