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용접공 사망, 감독자인 건설사 대표 ‘실형’
폭염 속 용접공 사망, 감독자인 건설사 대표 ‘실형’
법원 "감독자는 휴식용 그늘 제공해야할 의무 있다"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폭염경보가 발효된 날 야외에서 작업하는 용접공에게 휴식용 그늘을 제공하지 않은 건설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면서 과실치사죄가 인정된데 따른 것이다.
2018년 7월 26일,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을 때다. 대구시 근린시설 신축공사현장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던 A(48)씨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날도 폭염에 직접 노출된 건물 밖에서 용접 작업을 계속했다.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덥던 이날 오후, 작업장 온도는 섭씨 42도로 살인적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회사의 업무지시에 따라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 하나 없는 곳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온열질환(열사병)으로 쓰러졌고, 이후 1시간도 안돼 사망했다.
대구지방법원(판사 김영한)은 폭염 아래 일하던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함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W공업 대표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주식회사 W공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300만원 벌금형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관리하는 책임자인 B씨는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한 채 일을 시키는 ‘업무상 과실’을 범해 근로자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건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W공업에 대해 “법인 대표인 B씨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자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과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동종 전력이 2회 있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과실’은 부주의, 태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잘못이나 허물을 말한다. 범법행위에서 ‘고의’와 크게 나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한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큰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법의 입장이다.
‘타인의 팔을 당겨 도로를 횡단하게 만든 자는 그 횡단 중에 타인 이 당한 교통사고에 대해 과실치사상의 죄책을 진다’고 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단순 과실치사는 형법 제 267조에 따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그 가해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주어진다. 이는 단순 과실치사죄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의 처벌 규정을 갖는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에게 5년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에 웅덩이를 파 둔 공사현장의 감독에게 이 웅덩이에 행인이 떨어져 입은 상해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책임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더해 근로자가 일하고 있던 회사 대표와 법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를 인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하고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준수하고,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며,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 보전과 안전·보건을 유지 증진하도록 해야 한다.
종전에는 관련법을 위반할 경우 1회에 한해 시정할 기회를 주었으나, 2011년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관련법을 위반할 경우 시정기회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