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로그인 기능으로 '바람 핀 연인' SNS 접속? 징역 5년짜리 '디지털 복수'의 덫
자동로그인 기능으로 '바람 핀 연인' SNS 접속? 징역 5년짜리 '디지털 복수'의 덫
연인 외도에 SNS 무단 접속
'디지털 복수'의 대가는 징역 5년짜리 범죄였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인의 배신에 눈이 뒤집힌 순간, A씨의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노트북 터치패드로 향했다. 자신의 노트북에 자동 로그인된 옛 연인의 SNS 계정.
그곳은 분노를 터뜨릴 '복수'의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날아온 고소장은 그곳이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 현장'이었음을 냉혹하게 알렸다.
"내 노트북에 자동 로그인 됐는데?"…통하지 않는 변명
사건의 발단은 연인의 외도였다. A씨는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된 연인의 네이버 계정으로 무단 접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인의 회사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들어가 새로운 연인에게 "둘이 사귀는 사이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배신감에 치를 떤 '디지털 복수'였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연인은 A씨를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입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과거 연인이 내 노트북을 쓰면서 로그인 정보를 남겨뒀던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단호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대법원 판례(2017도15226) 역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더라도, 접근 권한이 없다면 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비밀번호를 '해킹'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계정에 허락 없이 들어간 순간 범죄가 시작된 것이다.
"혐의 부인은 최악의 수"…변호사들, '자백 후 선처' 전략 제시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의 해법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바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라'는 것.
온라인 범죄는 로그 기록 등 물적 증거가 명확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성욱 변호사(법무법인 선)는 "여기서 잘못된 조언을 받아 혐의를 부인하면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오히려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 역시 "단순히 죄송하다는 말을 넘어, 범행에 이른 구체적 경위와 깊은 반성을 체계적으로 진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소유예, 전과를 막을 유일한 길…'합의'가 관건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양형(형벌의 수위를 정하는 것)' 싸움으로 귀결된다.
변호사들은 A씨가 초범이고, 순간적인 감정으로 범행에 이른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더해 진심이 담긴 자필 반성문,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상담 이력 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인 옛 연인과의 '합의'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통해 기소유예를 목표로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소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다만, 직접 연락은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어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합의 실패의 대가, 지워지지 않는 '전과'라는 주홍글씨
만약 합의에 실패한다면 A씨는 어떻게 될까. 정보통신망 침입죄는 최대 징역 5년, 명예훼손은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초범인 점이 참작되더라도 벌금형 이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유사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의 SNS에 무단 접속한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남부지법 2022고정1282). 한순간의 감정적 대응이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는 '전과'라는 주홍글씨를 남기는 순간이다.
이별의 아픔 속 디지털 경계선을 넘는 순간,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