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옥살이 후 무죄… ‘청산가리 부녀’에 죄를 덮은 검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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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옥살이 후 무죄… ‘청산가리 부녀’에 죄를 덮은 검찰의 민낯

2025. 10. 29 10:1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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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선고에도 수사 책임자 처벌 불가능

피해자 구제는 '국가배상' 뿐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16년 만에 무죄 / 연합뉴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고인 A(75)씨와 그의 딸(41)이 16년 만에 살인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되어 마침내 2025년 10월 28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 부녀는 검찰의 긴급체포에 따른 구속 기간부터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만 15년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는 이번 재심에서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조서의 허위 작성과 자백 강요 등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논리 정연 자필 진술서에 검사 개입 정황"... 위법 수사 정황들

재심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 과정을 문제 삼았다.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해 한글 해독이 서툰 A씨와 독립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성 지능인으로 평가된 딸에게 장시간 신문을 하고도 불과 몇 분 만에 조서 열람을 마쳤다.


또한 이들에게 진술 거부권, 변호인 참여권 등 기본적인 권리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논리 정연하게 작성했다는 자필 진술서에 당시 검사 또는 수사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된 점이다. 이는 조서 허위 작성의 의혹을 낳는다.


뿐만 아니라, 부녀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정해진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진술 녹화영상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2심 재판에서는 검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 즉 검찰이 특정한 막걸리 구입 경로와 부녀의 행적이 일치하지 않는 CCTV 영상, 범행 도구로 압수된 일회용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도 증거물 목록에서 누락되는 등 증거 은닉 정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범죄... 왜 처벌은 불가능한가

재심 판결을 통해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중대한 범죄 혐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애꿎은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 15년 옥살이를 하게 한 수사 책임자들은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들 범죄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는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결정되는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은 공소시효가 7년이다.


본 사건의 수사는 2009년경 이루어졌으므로, 관련 직무범죄의 공소시효는 늦어도 2016년경에 이미 완성됐다.


이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약촌오거리 살인 등 유사 재심 사건의 책임자들이 공소시효 경과로 법적 책임을 면했던 사례와 동일하다.


다만, A씨 부녀의 자백을 받아 재판에 넘겼던 담당 검사는 이후 향응수수 등 물의를 일으켜 검찰에서 면직되고, 수임료 외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 것으로 알려졌다.


억울한 옥살이의 법적 구제는 '국가배상'과 '형사보상' 뿐

수사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불가능하지만, 억울하게 수감된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국가배상청구: 공무원의 위법 직무집행에 대한 책임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법원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A씨 부녀의 경우, 검찰의 강압 수사와 증거 은닉 등의 위법행위가 유죄 판결로 이어졌음이 재심에서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에,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국가가 소멸시효(3년) 완성을 주장하며 배상을 거부할 수 있는데, 대법원 판례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피해자는 무죄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형사보상청구: 구금 기간에 대한 국가의 보상

A씨 부녀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이 구금되었을 때, 국가는 그 구금 일수에 따라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보상금액 산정 시 구금 기간의 장단, 재산상 손실,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찰·검찰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등도 고려한다.


또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년 이내에 무죄재판서를 관보나 신문에 게재하여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공소시효의 한계…재발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이번 사건은 위법한 수사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장기간 복역했음에도, 공소시효라는 법적 장애물 때문에 수사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현행 형사사법 체계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재심 청구가 있는 경우 관련 수사기관의 직무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규정을 신설하거나, 수사기관의 직무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각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과 경찰이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도의적 책임 인정에 그치고 있다.


억울한 옥살이의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명예 회복과 정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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