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다"는 말에 결혼했는데…유전자 검사해보니 내 아이가 아니었다
"임신했다"는 말에 결혼했는데…유전자 검사해보니 내 아이가 아니었다
혼인무효는 불가능, 혼인취소는 가능할 수도
'친생부인의 소' 통해 친자관계 해소도 필요

남편 A씨가 자녀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 불일치'가 나왔다.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고 임신을 했는데, 이를 속인 것이었다. 이 경우 혼인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얼마 전 아빠가 된 A씨의 행복함은 잠시였다. 갓 태어났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아이에게서 자꾸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어색하고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이 때문에 A씨는 자신에게 부성애가 없는 것인가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 주위에 아이를 둔 친구들에 물어보니, 처음엔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정을 붙이려 더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신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A씨는 고민 끝에 아내 몰래 유전자 검사를 했고, 결국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친자 불일치' 결과를 받아 든 A씨는 그야말로 멍해졌다. 사실, 사랑이 없는 결혼이긴 했다. 우연히 하룻밤을 보냈고 임신을 했다길래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한 선택이었는데, 허탈한 마음뿐이다.
A씨는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예 없던 일로 돌리고 싶은데, 그것이 가능할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우선 A씨가 혼인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혼인무효는 법에 정해둔 경우만 가능하다. 민법에 규정된 혼인무효 사유는 아래와 같다.
민법 제815조 (혼인의 무효)
①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을 때
②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할 때 (근친 간의 혼인)
③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④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을 때
A씨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혼인취소를 고려해야 한다. 혼인취소란 민법 제816조에 따른 것으로, △혼인 당시 당사자 한쪽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했을 때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때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사유의 이상호 변호사는 "다른 사람 아이를 임신해 놓고 A씨의 아이인 것처럼 속였다면, 민법 제816조에서 말하는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혼인 취소를 청구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다만, 이상호 변호사는 "▲혼인 의사 표시 당시에는 자녀가 태아 상태였고, ▲해당 자녀가 A씨의 친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 사실 때문에 혼인의 취소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A씨는 이혼 소송을 통해 혼인 생활을 정리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이 밖에도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했다. 민법에 따르면, 아이가 A씨의 친자가 아니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친생자(親生子·혼인한 부모 사이에서 혈연관계를 기초로 하는 자식)로 본다. 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생부인의 소는 민법상 친생으로 추정받지만 실제로는 친자가 아닌 경우, 법률상의 가족 관계를 부정하는 소송이다.
민법 제844조 (남편의 친생자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②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③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법률상 친자로 인정받는 상태를 해소하려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송 중 법률상 절차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다시 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이상호 변호사 역시 "자녀와의 관계 역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며 "친생부인의 소를 통하여 친자관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