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예약·짐꾼 노릇까지"… 부하직원 비서처럼 부린 경찰 간부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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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예약·짐꾼 노릇까지"… 부하직원 비서처럼 부린 경찰 간부 '강등'

2025. 12. 03 14:4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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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베테랑 경찰의 빗나간 관행

과거 징계 전력까지 드러나며 패소 자초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4년간 경찰 조직에 몸담으며 경정 계급까지 오른 베테랑 간부가 하루아침에 강등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밥값을 내게 한 행위가 '동료애'나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지만, 법의 판단은 냉정했다. 부하직원을 사적인 비서처럼 부리며 폭언까지 일삼은 행위는 단순한 친목이 아닌 명백한 '갑질'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캠핑장 예약해라"부터 "내 짐 들어라"까지… 도 넘은 사적 지시

사건의 발단은 광주광역시지방경찰청 소속 경정 A씨가 부서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1년 2개월 동안 소속 직원 4명에게 무려 22회에 걸쳐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지시 내용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었다. 캠핑용품 구매와 캠핑장 예약은 물론, 미용실 예약 및 변경, 중고 물품 거래, 본인의 자녀 병원 진료 동행, 심지어 현금 인출과 주식 거래까지 부하직원들의 손을 빌렸다.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일상적인 의전도 과도하게 요구했다. 퇴근할 때면 직원을 불러 자신의 짐을 주차장까지 들어 나르게 했고, 아침 식사 때는 먼저 식당에 가서 밥을 받아놓게 했다.


매일 아침 커피 준비와 매주 금요일 과장실 대청소 또한 직원들의 몫이었다. 직원들은 퇴근 시간에 맞춰 다른 건물에 있는 A씨의 사무실로 이동해 짐을 들어준 뒤 다시 복귀해 야근해야 했다.


금전적인 부담도 전가됐다. A씨는 자신의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 비용 58만 원을 직원에게 계산하게 했다. 또한 4개월간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18회에 걸친 식사비 약 76만 원을 직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는 "싸가지 없는 새끼", "네 마음대로 할 거면 네가 과장 해라" 등의 폭언을 퍼부었고, 특정 직원을 2개월간 회의에서 배제시키는 등 따돌림까지 주도했다.


결국 A씨는 갑질 행위와 더불어 관용차 사적 사용, 근무지 이탈,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등의 이유로 2022년 12월 강등 처분을 받았다.


"친분 관계에서 도움받은 것"…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강등 처분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법정에서 사적 심부름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사교나 의례 목적으로 직원들에게 업무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짐을 들어주거나 커피를 타는 등의 행위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지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식사비 전가 문제에 대해서는 "직원이 주재하는 자리에 참석했을 뿐 회식비를 떠넘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거나, "점심 식사 비용이 관련 규칙에서 정하는 '일반동원급식비'로 충당되는 것으로 착각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폭언과 업무 배제에 대해서도 "불성실한 업무 수행을 질책한 것일 뿐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부당하게 업무에서 배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A씨는 자신이 24년간 성실히 근무하며 다수의 표창을 받았고, 동료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법원 "반복된 비위와 징계 전력, 공직 기강 훼손 심각"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경찰청장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67712).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이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전형적인 '갑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부름의 횟수와 기간, 내용, 그리고 칫솔이나 감기약 같은 물품을 직원들이 사비로 구입한 점 등을 볼 때 이는 일방적인 업무지시이지 사교적 도움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퇴근 시간에 직원을 불러 짐을 나르게 한 행위 등은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식사비용 문제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직원들에게 요일을 정해 점심을 대접하도록 했다가 경고를 받은 전력을 언급하며, "규정을 착오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대해서도 법원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4년에도 사적 심부름과 관용차 사적 이용 등으로 감봉 처분을 받았고, 2018년에도 부적절한 식사 대접 요구로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과거와 유사한 비위행위가 장기간 반복된 점을 고려할 때 강등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공직사회 내 갑질 근절이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며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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