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욕설 녹음, 불법일까? '통매음' 처벌의 결정적 증거
게임 욕설 녹음, 불법일까? '통매음' 처벌의 결정적 증거
"내 동의 없이 녹음했잖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라인 게임 중 쏟아지는 성희롱과 욕설. 녹화 버튼을 눌렀지만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이라는 말에 고소를 망설였다면, 이 판결을 주목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화 당사자가 직접 녹음한 파일은 가해자를 처벌할 가장 강력하고 합법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내 목소리 안 들어갔는데?" 법원 "대화 참여자 녹음은 합법"
흔히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이라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법은
내가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 즉 도청만을 금지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남의 대화를 엿듣는 것을 막는 조항이다.
따라서 게임 속에서 욕설을 듣는 피해자 본인은 명백한 '대화 당사자'이므로, 자신의 권리 보호를 위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합법적인 증거 수집 활동으로 인정된다.
마이크 껐어도 '대화 당사자' 채팅만 쳐도 인정
마이크를 쓰지 않고 채팅으로만 대화에 참여했어도 법적 지위는 같다. 상대방의 음성 폭언을 들으며 채팅으로 반응했다면, 이는 하나의 대화에 참여한 명백한 '소통' 과정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소통의 형식보다 두 사람이 하나의 대화에 참여했다는 '실질'을 중시한다. 따라서 음성 채팅을 듣고 그에 반응한 사람은 대화 당사자로 인정되며, 해당 녹화 파일은 불법 감청이 아닌 유효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성적 만족 목적" '통매음'의 문 넓힌 대법원
이렇게 확보된 증거는 가해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처벌할 결정적 열쇠가 된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범죄다.
특히 주목할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통매음의 '성적 욕망'에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의도"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판결로 직접적인 성적 만족이 아니더라도, 게임 중 성적인 모욕 발언을 통해 상대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위 역시 통매음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증거 수집의 함정 '내 개인정보' 노출은 금물
다만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섣불리 자신의 신상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피해 사실을 명확히 하겠다며 자신의 실명이나 주소, 연락처 등을 공개하는 행위는 오히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별도의 민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법적 대응을 위한 증거는 상대방의 불법 행위에만 집중해서 수집해야 하며, 자신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