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안 하면 아기 못 본다”는 배우자…면접교섭권 포기, 정말 해야 할까?
“합의 안 하면 아기 못 본다”는 배우자…면접교섭권 포기, 정말 해야 할까?
조정이혼 앞두고 돌도 안 된 아기 빌미로 협박…가스라이팅에 못 이겨 포기하면 끝일까?

이혼 과정에서 배우자가 아이를 빌미로 면접교섭권 포기를 종용하더라도, 이는 자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법적 효력이 없다. / AI 생성 이미지
조정이혼을 앞둔 A씨는 배우자 B씨로부터 아이를 볼모로 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돌도 채 안 된 아이를 보여주지 않겠다며 면접교섭권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A씨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B씨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려 했지만, 아이와의 만남까지 막아서는 B씨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B씨의 압박에 못 이겨 면접교섭권을 포기한다고 말하면, 정말로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걸까?
"네가 잘못했으니 아기 볼 생각 마"…면접교섭권 포기 종용하는 배우자
A씨와 배우자 B씨는 원만하게 합의해 조정이혼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B씨는 집에서 짐을 모두 빼가며 별거를 시작한 뒤, 돌도 안 된 아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B씨는 “합의 조건을 지켜야 아이를 보여주겠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만나게 해 주겠다”고 말하며 ,A씨를 압박했다. 심지어 “면접교섭권을 포기하라, 그러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겠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안 보여줄 것”이라며 가스라이팅과 협박을 일삼았다.
A씨는 자신의 유책을 인정하기에 B씨의 요구를 들어주려 했지만, 아이를 무기로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식의 태도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변호사들 "면접교섭권 포기 각서, 법적 효력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설령 배우자의 압박에 못 이겨 면접교섭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더라도 그 약속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변호사들은 면접교섭권이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녀의 권리’이자 ‘자녀의 복리’를 위한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부모 일방이 임의로 이를 포기시키거나 제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이루 염진우 변호사는 “면접교섭권은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며, 포기 약정 자체가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위반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 또한 “면접교섭은 원칙적으로 부모만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위한 권리로 인정된다”며 “특히 아이가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영아라면, 아이가 직접 면접교섭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포기 의사' 밝히면 불리…'가스라이팅' 증거 확보가 우선
다만 변호사들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해서 섣불리 포기 의사를 밝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면접교섭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내용이 조서에 기록돼 나중에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이에 굴복하여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조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그러한 의사가 기록될 경우, 나중에 면접교섭권을 되찾아오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대응은 상대방의 부당한 요구와 협박을 입증할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상대방의 문자, 카카오톡, 녹음 등 면접교섭을 조건으로 압박하거나 협박한 자료를 모두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 중에도 아이 만날 방법 있다…'면접교섭 사전처분'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아이와의 만남을 막는다면, 이혼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법원에 ‘면접교섭 사전처분’을 신청해 임시로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지금 당장 아이를 보고 싶다면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이나 조정과 별개로 면접교섭 사전처분을 신청하는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처분 결정이 나왔는데도 상대방이 아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제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유책 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만날 권리까지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