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부딪혀 시력 영구 상실했는데…법원 "술 마신 피해자도 20%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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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부딪혀 시력 영구 상실했는데…법원 "술 마신 피해자도 20% 책임"

2026. 08. 13 14:4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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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보행자 충돌 사고서 7억 3천만원 배상 판결

법원 "음주로 대처 능력 저하된 점 20% 과실상계"

내리막길 자전거와 충돌해 시력을 잃은 보행자에게 법원이 피해자 과실 20%를 인정하고 7억 원대 배상을 명했다. /셔터스톡

여름밤의 가벼운 발걸음은 찰나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바뀌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자전거와 충돌한 20대 청년은 뇌수술 끝에 양쪽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었다. 정식 사원 채용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가해자인 자전거 운전자의 100% 잘못으로 보일 수 있는 비극적인 사고. 하지만 법정에서의 셈법은 냉혹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도 2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직전 마셨던 소주 2병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던 본능적인 방어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내리막길의 자전거, 그리고 엇갈린 방향


사건은 지난 2014년 7월 29일 밤 11시 50분경, 서울 영등포구의 한 내리막길에서 발생했다.


당시 27세였던 A씨(원고)는 일행 2명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 위쪽에서 B씨(피고, 당시 26세)가 페달을 밟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B씨는 브레이크를 잡아 속도를 줄이는 대신, 충돌 직전에야 경적을 울렸다.


경적 소리를 들은 앞선 일행 두 명은 본능적으로 도로 오른쪽으로 피했다.


하지만 뒤따라 걷던 A씨는 자전거가 피하려던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자전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1미터가량 날아간 A씨는 머리를 땅에 강하게 부딪혔다.


이 사고로 A씨는 뇌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양측 시각을 영구적으로 상실(장애 1급)하고 말았다. 당시 수습사원이었던 그는 결국 정식 채용 꿈을 접고 퇴사해야 했다.


가해자의 읍소 "저도 돈 없는 알바생… 배상금 깎아달라"


형사재판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자전거 운전자 B씨. 이어 진행된 9억 원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 측은 '민법 제765조(배상액의 경감청구)'를 꺼내 들며 선처를 호소했다.


B씨 측은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만 했을 뿐 직장이나 재산이 없고, 부모님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다"며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해야 하는 젊은이가 이 막대한 손해를 배상하다가는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집 부근에서 가끔 자전거를 탄 것을 두고 중대한 과실로 보아 전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재판부(수원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마은혁)는 단호했다. 재판부는 "피고 연령이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배상으로 인해 피고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배상액 경감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 "사람은 본능적으로 눈을 보호하는데…"


가해자의 책임 감경 주장은 기각됐지만, 재판부는 '과실상계' 법리를 통해 전체 손해액 중 피해자 A씨의 책임을 20%로 산정했다.


가해자의 잘못이 크더라도, 피해자 역시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자기 자신을 보호할 약한 의미의 부주의(자기안전의무 위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의 판결문에는 사고 당시 A씨의 음주 상태를 지적하는 문구들이 담겼다.


> "자전거 사고에서는 심해야 찰과상을 입는 정도가 보통이고, 사람은 사고 시에도 본능적으로 머리나 눈 쪽을 다치지 않으려는 동작을 취하게 마련임에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


>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주를 마신 상태여서 위험을 피하는 판단 및 대처능력 등이 저하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자전거 운행 도중 예견되는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 부주의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사가 급하지 않았고, 다른 일행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A씨가 취기가 없었다면 최소한 시력을 영구히 잃는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총 8억 1천 손해 인정… 과실 등 빼고 7억 3천 배상


재판부는 A씨가 정식 채용되었을 경우 정년(만 60세)까지 벌었을 일실수입(약 5억 4,000만 원)과 평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개호비(약 4억 6,800만 원), 치료비 등을 산정했다.


전체 손해액에서 A씨의 과실 20%를 제한 뒤,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공탁한 1억 원을 공제했다.


여기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500만 원을 더해,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피고 B씨는 원고 A씨에게 7억 3,419만여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부모에게도 각 5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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