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이름 공개를 문제삼지 않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왜 아무도 이름 공개를 문제삼지 않나

2021. 01. 06 17:45 작성2021. 01. 06 19:3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 취재기]

'아동보호사건'에만 해당하는 언론의 비밀엄수 의무

더 중대한 아동학대 범죄에서 오히려 자유로운 언론

기자에게 한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그런데 저는 '정인이 사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지칭하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기자님, 그런데 저는 '정인이 사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한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지칭하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어 아동학대처벌법에 언론의 비밀엄수 의무가 규정돼 있다는 조언이 돌아왔다.


'정인이 사건'이라는 명칭이 피해자 인권에 반하는 것은 물론, 불법이기까지 하다면 당연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법 조항을 찾아봤다. 아동학대처벌법(제35조 제2항)에는 정말로 언론이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열거돼있었다.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등의 인적사항이었다. 이러한 '2차 가해 방지 조항'을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제62조).


그런데 조건이 하나 걸려 있었다. 오직 '아동보호사건'에 한해서 비밀엄수 의무가 생긴다는 부분이었다.


법률에 비밀엄수 의무가 '아동보호사건'에 한해서 존재한다.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아동학대의 정도가 강하거나 악질적인 경우에만 피해자의 아동 이름을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에 비밀엄수 의무가 '아동보호사건'에 한해서 존재한다.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아동학대의 정도가 강하거나 악질적인 경우에만 피해자의 아동 이름을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가벼운 처분 나오는 아동보호사건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로 형사재판에 넘겨지면 벌금⋅징역형의 처벌이 내려진다. 다만,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퇴거 또는 접근금지와 같은 처분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아동학대의 정도가 강하거나 악질적인 경우 일반 형사사건으로, 그 외에는 아동보호사건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피해 아동이 사망해버린 경우여서, 아동보호사건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정인이를 장기간 학대해서 죽인 혐의가 있는 양부모를 '보호처분' 정도로 처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동보호사건'에만 있는 2차 가해 방지 조항⋯왜 더 심각한 범죄 당한 경우는 지켜주지 않나

법률사무소 율다함의 신수경 변호사. /신수경 변호사 제공
법률사무소 율다함의 신수경 변호사. /신수경 변호사 제공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인이' 이름과 같은 정보를 언론이 공개해선 안 되는 비밀엄수 의무가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법률에 비밀엄수 의무가 '아동보호사건'에 한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 공백이었다. 아동보호사건의 피해 아동은 2차 가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정인이와 같은 심각한 학대사건의 피해 아동은 보호받을 권리가 없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관련 법 조항을 검토한 법률사무소 율다함의 신수경 변호사도 명문상으로는 법률이 규정한 언론의 비밀엄수 의무가 아동보호사건에 한하는 게 맞는다고 해석했다.


다만 "아동학대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번 사건 역시 비밀엄수 의무가 준용돼야 한다"고 신 변호사는 주장했다.


더 중대한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해당 조항이 아동보호사건에만 준하는 것인지 주무관서에 문의해봤다. 아동학대처벌법은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가 소관하는 법률이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에 비밀엄수 의무 적용 범위에 대해 문의해봤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에 비밀엄수 의무 적용 범위에 대해 문의해봤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6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관계자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언론의 비밀엄수 의무는 아동보호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맞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해당 조항이 제4장 아동보호사건에 포함된 조항이란 점도 그랬다.


"아동보호사건보다 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인데 이럴 때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아동보호사건에 한한다"고 말했다. 아동보호사건보다 더 중한 범죄라고 해서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답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더 심각한 아동학대를 당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언론의 비밀엄수 의무는 없는 것이다. 의아한 사실이다.


'정인이'의 이름 공개로 아동학대에 대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끈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인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