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도왔다가 '위증' 고소…대출받아 변호해야 하나요?
성범죄 도왔다가 '위증' 고소…대출받아 변호해야 하나요?
이미 2760만원 쓴 피해자
지인 변호비에 또 눈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재판에서 자신을 도왔던 지인 2명이 가해자로부터 '위증죄'로 고소당하자, 이미 2760만원의 소송 비용을 쓴 대학생 피해자가 또다시 변호사 비용 문제에 부딪혔다.
'400만원이 전 재산인데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는 그의 호소에 법조계는 “섣부른 선임보다 단계적 대응이 현명하다”며 “대출은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 인생 망칠까"…2760만원 쓴 피해자의 죄책감
성범죄 피해자인 대학생 A씨의 싸움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가해자의 맞고소를 방어하는 데 880만원, 성범죄를 고소하는 데 1330만원, 항소심에 이르러서는 550만원을 추가로 썼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 겨우 마련한 돈이었다. A씨가 이미 법적 다툼으로 쓴 돈만 총 276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가해자는 A씨를 돕기 위해 법정 증언에 나섰던 지인 2명에게 '위증죄' 고소라는 칼날을 겨눴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고소당한 지인들에게 죄책감이 심하고 미안하다"며 "대학생이라 학비로 변호사비를 내줘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수중에 남은 돈 400만원으로는 두 명의 변호사 선임은 어림도 없는 상황. 그는 "대출이라도 받아서 친구들을 선임해 주어야 할까요?"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변호사들 "섣부른 선임 금물, 대출은 더더욱 안돼"
A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변호사들은 '섣부른 선임'과 '대출'을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김재헌 변호사 역시 "지금 단계에서 무조건 선임해야 한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도 "더 이상의 선임비를 쓰시는 것을 결코 추천 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대학생인 귀하께서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서 친구들의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건의 경중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조치도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지적하며 A씨의 미래까지 무너뜨리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위증죄, 왜 처벌 어렵나?…“고의성 입증”이 관건
변호사들이 '섣부른 대응'을 만류하는 이유는 위증죄의 성립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위증은 기억에 반한 진술을 한 경우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즉, 증인이 자신의 기억과 명백히 다른 내용을 '의도적으로' 꾸며서 말했을 때만 죄가 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위증죄는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서 의식적으로 허위 진술을 한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단순한 기억 착오나 오해는 처벌 사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가해자가 보복성으로 고소한 정황이 보이면 신중하게 접근한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위증죄는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 여부가 핵심"이라며, 지인들이 사실에 입각해 증언했다면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고 봤다.
남은 400만원, 현실적 해법은? "단계적·제한적 조력"
그렇다면 A씨가 지인들을 도울 현실적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전체 사건 선임'이라는 고비용 방식 대신, 현재 예산 내에서 가능한 '제한적 조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재용 변호사는 "수사 전 예상 질문을 점검받는 ‘진술 대비 상담’이나 핵심 쟁점을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 제출’ 정도의 실속 있는 조력"을 권했다. 법무법인 정겸 한승호 변호사는 사건이 단순하다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고,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분납 조율도 가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수사 초기에는 이처럼 최소한의 법적 도움으로 대응하다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식 선임을 고려하는 '단계적 대응'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김재헌 변호사는 "상황이 악화되거나 검찰 송치가 예상될 때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