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술·담배 하셔?" 청각장애 후배 퇴사하게 만든 선배, 어떤 책임지게 될까
"어머님이 술·담배 하셔?" 청각장애 후배 퇴사하게 만든 선배, 어떤 책임지게 될까
형사 책임 묻기는 어렵지만, 정신적 위자료 책임은 져야 할 것

직장 후배의 장애를 들먹이며 그 부모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람. 그런데, 변호사들은 모욕죄 성립이 어렵다고 했다. 왜 그런 걸까? /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어머님이 뭐 잘못 드신 걸까. 술이나 담배 하셔?"
청각장애를 가진 직장 후배와 밥을 먹으며 이같이 말한 선배. 마치 어머니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장애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무례한 말이었다. 결국 후배는 이 같은 말을 듣게 된 사실을 팀장에게 보고하고, 퇴사했다.
이 사연은 지난 17일 선배인 A씨가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는데 "내 말에 상처받을 줄 몰랐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라고 해명해 공분을 샀다.
만약,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직장 후배의 부모를 향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A씨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우선, A씨에게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해봤다. 형법상 모욕죄는 ①공연히 ②누군가를 특정해 ③경멸적 표현을 했을 때 성립한다.
현재 A씨는 직장 후배의 부모님을 지칭해(②) 장애를 유발하는 행동을 했을 거라는 식으로 말한 상황이다(③). 변호사들 역시 "A씨가 특정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저속한 표현을 한 건 맞다"고 지적하긴 했다.
그런데도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해당 발언이 A씨와 후배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①).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장현경 변호사는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공연성'은 전파 가능성이 있을 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엔 A씨와 후배 둘만 있었고, 이후에 다른 계기를 통해 회사에 알려지게 된 거라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도 "사후에 후배가 팀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A씨의 발언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경우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A씨에게 모욕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법률 자문

대신, 모욕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후배를 퇴사하게 만든 것에 대해선 민사상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 민사상 불법행위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만 입증할 수 있다면 형사 처벌보다는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적으로 "죄가 안 된다"고 해도, 민사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사연 속 후배가 A씨의 무례한 발언으로 인해 퇴사했다는 점이 명확하다면,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정할 수 있는 배상액은 100~5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