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허 없는 중국인에 제주 렌터카 허용?⋯ 제안 뒤에 숨은 진짜 문제는 '이것'
국제면허 없는 중국인에 제주 렌터카 허용?⋯ 제안 뒤에 숨은 진짜 문제는 '이것'
온라인서 "제주도가 운전 연습장이냐" 공분
경찰청 "법적 근거 없어 검토 안 해"
'비대칭 면허'가 부른 제주도 딜레마

제주도청 전경 모습. /연합뉴스
"단기간에 몇 시간 연수를 시켜서 운전을 하게 할 수 있다든지 이런 규제 완화 차원에서 한번 고민을 해 보면 좋겠다."
지난 2일 열린 민선 8기 제주도정 첫 확대 간부 회의에서 박천수 행정부지사가 던진 이 한마디에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되자, 대중들은 "제주도가 운전 연습장이냐",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 지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왜 이런 황당해 보이는 제안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왔을까. 배경에는 한국과 중국의 비대칭적인 운전면허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제네바 협약이나 비엔나 협약 같은 국제 교통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다. 이 때문에 중국인은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없어 한국 내에서 운전이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인은 중국에 갔을 때 일정 절차를 거치면 임시 면허를 발급받아 운전을 할 수 있다.
10년 전부터 반복된 논의⋯경찰청 "법적 근거 없어 검토 안 해"
제주도가 중국인의 운전 허용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제주도는 도내에서만 통용되는 '임시운전 특례법'을 추진한 바 있다.
중국 운전면허 소지자가 3시간 안전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90일 동안 제주에서 운전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도민들의 반발이 컸고 교통사고 우려와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2019년에는 한·중 양국이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실무 협의까지 진행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중국 운전면허를 인정하고 임시 운전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재논의에 불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가 경찰청에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재 공식적인 검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 국내 운전을 허용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검토를 진행할 단계도 아니라는 것이 경찰청 설명이다. 당시 국정감사 발언 역시 한국과 중국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니 외교부와 신규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수준의 언급이었을 뿐이다.
진짜 문제는 '불법 유상 운송'⋯단속도 처벌도 속수무책
법적 근거도 없고 도민 반발도 뻔한 사안을 제주도가 계속해서 꺼내 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개별 관광객 중심의 여행 트렌드 변화와 이로 인해 파생된 '불법 유상 운송' 문제 때문이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0~80%는 중국인이며, 이들 중 90%가 단체 관광이 아닌 개별 관광객이다.
관광버스 수요가 전혀 없는 이 빈틈을 노리고 카니발이나 승용차 같은 비영업용 차량을 이용해 몰래 돈을 받고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단속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전에 관광객을 모집해 입국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고, 현장에서 단속하더라도 "가이드가 아니라 친척이나 친구다"라고 발뺌하기 일쑤다.
지난해 12월 온라인 플랫폼으로 하루 평균 50명에서 80명을 모집해 조직적으로 알선해 온 한국인과 중국인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지만,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이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관광객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불법 유상 운송 차량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객이 제대로 된 보험 보상 처리를 받을 수 없다. 설사 적발하여 고발 조치하더라도 관광객 상당수가 조사를 받기 전 이미 출국해버려 수사나 처벌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이번 렌터카 발언은 불법이 판치는 렌터카 시장을 차라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려는 뼈아픈 고육지책에 가깝다.
하지만 단 몇 시간의 연수를 위해 반나절 관광 일정을 투자할 중국인이 과연 얼마나 될지 등 현실적인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따라붙는다. 도민의 교통안전과 불법 운송 근절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제주도의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