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시아나, 생리휴가 '안' 주고 싶으면 생리 '안' 하는 걸 증명해라"
법원 "아시아나, 생리휴가 '안' 주고 싶으면 생리 '안' 하는 걸 증명해라"
아시아나 "생리휴가 가려면 '생리 중'인 것 직원이 입증해야"
법원은 회사 측 주장 기각 "증명할 필요 없는 일"
아시아나 항소⋯ 향후 '생리 휴가' 관련 재판 기준 될 듯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승무원 15명에게 138차례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연합뉴스
생리휴가를 가기 위해 “지금 생리 중이다"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측은 "생리휴가를 가려는 근로자는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생리 중이 아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생리휴가를 갈 수 있다”고 판결했다.
생리휴가를 가는 건 증명이 필요 없는 일이고, 생리휴가를 막으려면 회사가 생리 기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승무원 15명에게 138차례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 당했다. 지난 2017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200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이 “정식재판에서 겨뤄보자"며 1심이 시작됐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아시아나항공 측은 “(생리휴가를 청구한) 승무원들이 실제 생리 중이었다는 사실까지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리 중인지 아닌지 모르는 여성 직원에게 생리휴가를 ‘불허’한 건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일단 “생리휴가는 생리 현상이 있을 당시에만 쓰는 게 맞다”고 전제했다. 여기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측 주장의 전제와 같았다. 하지만 ‘생리현상의 존재'를 증명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지 않다고 봤다.
이 판사는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생리 중이다'고 입증돼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생리 중이 아니다'는 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휴가를 갈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거부한 아시아나항공에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양측이 항소해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다.

법원은 '생리 중이다' 가 입증돼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생리 중이 아니다'는 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휴가를 갈 수 있다고 판결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나항공 측 주장 중에는 승무원들이 생리휴가를 악용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생리휴가가 휴일,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어 생리현상 존재가 의심스러운 사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재판부는 “여성의 생리현상은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 몸 상태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며 “더욱이 그 기간이나 주기가 반드시 일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는 것 등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대한 명백한 정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