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그지, 걸뱅이' 보증금 소송 이기자 시작된 집주인의 '멀티프로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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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그지, 걸뱅이' 보증금 소송 이기자 시작된 집주인의 '멀티프로필 지옥'

2025. 09. 30 19:4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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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보이는 욕설'에 명예훼손은 '공연성 없어' 무혐의

전문가들 "스토킹처벌법이 진짜 무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법정 싸움은 끝났지만, 진짜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이긴 세입자 A씨에게 집주인이 보낸 “기다려봐, 앞으로 더 큰 것들이 남아있어”라는 메시지는 끝나지 않은 복수의 서막이었다.


집주인은 A씨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에 수개월째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나만 보이는 지옥 법의 사각지대에 갇히다

A씨의 악몽은 법원의 승소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시작됐다.


지난 7월 말, 집주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는 A씨 한 사람만을 겨냥한 ‘온라인 감옥’으로 돌변했다. “상그지, 걸뱅이, 밑바닥 인생.” A씨의 숨통을 조여오는 글들은 오직 A씨에게만 보였다.


결국 A씨는 집주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요건인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없다는 이유였다.


여러 사람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없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집주인의 교묘함이 법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든 순간, A씨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홀로 고립됐다.


전세 역전 '명예훼손'의 덫이 '스토킹'의 증거로

하지만 법의 그물은 생각보다 촘촘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예훼손의 문이 닫혔을 뿐, 처벌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해법은 ‘스토킹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있었다.


이 법들은 명예훼손과 달리 ‘공연성’을 따지지 않아, 일대일로 집요하게 이뤄지는 괴롭힘을 정조준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명예훼손에서는 불리했던 ‘멀티프로필’ 설정이, 스토킹 범죄에서는 ‘오직 당신 한 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A씨만을 집요하게 괴롭혔다는 사실이 범죄 성립의 핵심 열쇠로 뒤바뀌는 것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글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하는 행위”는 스토킹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 큰 것들이 남아있다”는 협박성 문구는 단순 모욕을 넘어선 명백한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괴롭힘을 당장 멈추는 '마법의 주문', 접근금지가처분

형사 처벌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당장 이 고통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동시에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라고 강력히 조언한다. 이는 집주인이 A씨의 주거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카카오톡, 문자, 전화 등 모든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연락까지 막는 강력한 조치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을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수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실효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가해자의 손발을 즉시 묶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인 셈이다.


A씨가 수개월간 모아온 프로필 캡처 자료는 이제 ‘처벌 불가능한 모욕’이 아닌, ‘처벌 가능한 스토킹 범죄’의 핵심 증거가 됐다. 법의 허점을 파고든 신종 디지털 괴롭힘에 법원이 어떤 철퇴를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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