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다' 후기는 범죄?…배달앱 리뷰 삭제 논란, 변호사 5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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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다' 후기는 범죄?…배달앱 리뷰 삭제 논란, 변호사 5인에게 물었다

2025. 09. 30 12: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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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가 '영업방해'인가, 배달앱 리뷰의 아슬아슬한 법적 경계선을 파헤쳤다.

A씨가 배달앱에 리뷰와 함께 별점 한 개를 남겼는데, '명예훼손성 게시물'로 판단되어 삭제 조치되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김치전은 죽, 육회는 악취”…별점 1점의 대가는 ‘리뷰 삭제’와 ‘고소 불안감’


어느 날 당신의 배달앱에 알림이 떴다. '고객님의 리뷰가 명예훼손성 게시물로 판단되어 삭제 조치되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에 대한 솔직한 경험을 공유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주홍글씨와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소비자 A씨가 겪은 이 일은 배달앱을 쓰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비자 A씨는 배달앱으로 김치전과 육회를 주문했다. 하지만 김치전은 덜 익어 죽처럼 흐물거렸고, 육회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김치전이 덜 익고 너무 짜다”, “육회에서 냄새가 났다”는 내용과 함께 별점 1점을 남겼다.


잠시 후, 가게 주인의 신고로 해당 리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배달앱 측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솔직한 후기였을 뿐인데,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느냐”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변호사들 “처벌 가능성? 매우 낮다”…‘공공의 이익’이 방패막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다”고 단언한다. 명예훼손이 되려면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A씨의 후기는 ‘사실의 영역’이 아닌 ‘평가의 영역’에 속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짜다’, ‘덜 익었다’ 등의 표현은 개인의 주관적 식감에 대한 평가로,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맛에 대한 평가는 거짓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설령 일부 내용이 가게의 명예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법에는 강력한 방패막 조항이 있다. 바로 형법 제310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실제로 느낀 대로 후기를 작성한 것이고, 음식점 후기는 다른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공익성을 위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솔직한 후기가 더 나은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법이 인정하는 셈이다.


법적 판단과 무관한 ‘묻지마 삭제’…갈등 피하려다 소비자 권리 침해한 배달앱


그렇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적은데도 배달앱은 왜 리뷰를 삭제했을까? 이는 법적 판단이 아닌 플랫폼의 운영 정책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업주와 소비자 간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게시물을 내리고 보는 ‘사전 차단’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휘명의 김민경 변호사는 “배달앱 측에서 리뷰를 삭제한 것은 플랫폼 운영 정책에 따른 것으로, 실제 법적 판단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묻지마 삭제’는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하는 ‘물품을 사용한 경험과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거세다. 명확한 기준 없이 업주의 신고만으로 소비자의 입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은 있다…‘악플’과 ‘솔직 후기’를 가르는 한 끗 차이


물론 모든 후기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악의적으로 가게를 비방하거나,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도배된 글은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죄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리뷰 문화를 위해선 표현의 ‘지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단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경험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라고 조언한다. ‘쓰레기 같은 맛’이라는 표현 대신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처럼 주관적 평가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음식 사진과 같은 증거를 첨부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고, 만에 하나 발생할 법적 분쟁에서 자신을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솔직하되 정중한 후기, 그것이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고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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